
독일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국방장관은 의사출신으로 7자녀의 엄마다. 7차례의 출산 등에도 왕성한 사회·정치 활동을 계속한 그의 도전과 성공, 사사건건 맞섰던 맞수를 최고 서열의 장관에 앉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안목과 이를 용인한 국민까지. 독일 사회의 저력이 놀랍다.
유럽에 여인천하 시대가 열렸다. 남성 올드보이들의 전유물이었던 국방장관 자리를 여성들이 꿰찼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의 여성 국방장관 4명이 이달 초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함께 찍은 사진이 시선을 끌더니 그제는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이탈리아 알바니아 여성 국방장관 5명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에 나란히 등장해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들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에 부는 변혁의 바람을 실감케 한다.
박근혜정부 내각의 평균 연령은 58.2세다. 여성 장관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유일하다. 그나마 여성이 맡고 있던 해양수산부 장관마저 남성에게 다시 넘어갔다. 청와대 비서진의 평균 연령은 61.1세다. 나이와 남성이 죄는 아니다. 그러나 참신하다거나 신선한 쪽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변화와 개혁의 깃발을 줄곧 흔들어대고 있지만 ‘올드보이의 귀환’ ‘과거로의 회귀’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여성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변화와 쇄신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
군 성차별 논란은 찌질하기까지 하다. 여생도가 수석을 차지하자 성적 평가 기준을 바꾸겠다는 사관학교, 여자대학이 연속 1위에 오르자 학군사관후보생(ROTC) 군사훈련 평가에서 대학별 순위를 폐지하겠다는 군 당국. 사회가 앞뒤로 꽉 막혀 있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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