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어떤 일이든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개업, 이사, 결혼 등 중요한 일을 할 때 날짜를 잡는 것을 택일이라고 한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택일이란 단순히 역술적, 미신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택일이란 흉한 날을 피하고 길한 날을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흔히 결혼 길일이라 불리는 손 없는 날은 대체 무엇일까?
손 없는 날에서 '손'은 '손님'을 줄인 말로, 날수에 따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사람에게 해코지한다는 악귀 또는 악신을 뜻한다. 즉, 예부터 '손 없는 날'이란 악귀가 없는 날이란 뜻으로, 귀신이나 악귀가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길한 날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날 혼례, 이사 또는 개업하는 날로 잡는 등 주요행사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반대로, '손 있는 날'은 악귀들이 그 날짜와 방향을 바꿔 옮겨 다니며 인간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훼방을 놓는다고 믿어, 이 날에 주요행사를 치르거나 이동을 꺼린다. 집을 수리한다거나, 이사를 하거나, 멀리 길을 떠나면 손실을 입거나 병이 나는 등 큰 해를 입는다고 믿었다.
우리가 살면서 예비부부나 양가 부모님에게 두 사람의 결혼만큼 중요한 일은 없으니 결혼택일이야 말로 신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혼 택일은 상견례를 마치고 주로 신부측에서 좋은 날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양쪽 당사자와 가족, 주위사람들의 일정 등을 최대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혼택일을 할 때 고려하거나 주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면 첫째, 양가 집안에 대소사는 없는지, 직장과 업무에 지장이 없는지 등을 따져보고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축하해줄 수 있는 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둘째, 너무 급하게 날짜를 잡는 것을 피하고 최소 두 달 이상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셋째, 주위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국경일이나 임시휴일 또는 연휴기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넷째, 결혼성수기에는 예약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택일 후 결혼식장을 예약할 수 있도록 4~6개월 전으로 택일하는 것이 편리하다.
반대로 전통적인 관례를 좀 벗어나서 결혼식이 몰리는 성수기, 주말, 길일 등을 무시하고 실용적인 택일을 하는 예비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즉, 비수기에 많은 할인혜택을 통해 결혼비용을 절약하거나 붐비지 않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예식을 위해 평일 저녁에 예식을 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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