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시달리던 한 부모가정의 부녀가 함께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전 7시쯤 부산의 한 야산에서 A(44)씨와 딸(17)이 높이 3m 정도의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10년 전부터 닭 유통업을 해 온 A씨는 최근 1억여원의 빚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며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서에서 “모든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 남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적었고, 딸은 주머니 속에 남긴 유서에서 “내가 아빠 따라가겠다고 했어요. 아버지를 욕하지 마세요. 모두 행복하세요. 저도 아빠랑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거예요…”라고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딸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살았으며, 올해 장학생으로 모 특성화 고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평소 아버지에게 크게 의존했던 딸이 틈틈이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다독여 왔으나 아버지가 채권자들의 빚 독촉을 견뎌내지 못하고 끝내 극단적인 생각을 굳히자 딸도 아버지를 따라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찰관은 “조사 결과 부녀가 평소 서로 아끼고 의지하는 사이였으며, 딸이 굳이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고집한 내용이 유서에 절절이 담겨 있다”며 “아버지가 빚 갚을 능력이 없을 때 법원에 신청가능한 개인파산제도가 있다는 것을 모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채권자와 채권추심기관 등이 채권회수 과정에서 과도하게 A씨를 몰아붙인 점이 없는지 조사 중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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