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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FA-50 경공격기. |
차기전투기(F-X)와 더불어 2020년대 이후 한반도를 수호할 한국형 전투기(KF-X, 보라매 사업) 개발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9일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오는 4월까지 KF-X 체계개발기본계획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해 입찰 공고를 거쳐 11월 체계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늦어도 4월초에는 대략적인 KF-X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KF-X 체계개발 방안은 국방부, 합참, 방위사업청, 공군 등으로 구성된 ‘보라매 사업추진 TF' 주도하에 구상이 이루어지며 최근 논란이 된 엔진 개수도 TF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TF가 쌍발엔진을 주장하는 측과 단발엔진을 선호하는 측의 입장을 자료로 정리해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양측 입장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총사업비는 형상 결정 이후 국내외 업체와의 투자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작년 11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사업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쌍발전투기는 8조6000억원, 단발전투기는 6조4000억원의 개발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협력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비용 및 업무분담, 사업구도 등을 협의해 ‘체계개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F-X 절충교역을 통한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 엔진, 몇 개가 필요할까
KF-X 사업에서 가장 큰 논란은 엔진을 2개(쌍발)를 장착할지 아니면 1개(단발)만 쓸 것인지 여부다.
공군 예비역들은 “전투기의 추진력을 키워 무장력을 높이고 전투행동 반경을 확장하려면 쌍발 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래 성능 개량을 위해서라도 공간이 넉넉한 쌍발 엔진은 필수이며, 안전성도 단발보다 쌍발엔진이 더 높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KF-X가 꼭 쌍발엔진을 장착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KF-X는 미디엄급(F-16+)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만약 쌍발 엔진을 탑재할 경우 그 추력은 4만~4만4000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F-X 기종으로 유력한 F-35의 추력(4만3000파운드)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KF-X 역시 엔진 탑재공간 확보를 위해 F-35만큼 크기가 커지게 되고, 이는 F-35가 속한 하이급과 미디엄급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또한 개발비와 후속군수지원 비용 상승을 동반한다.
‘쌍발엔진이 단발보다 안전하다’는 주장 역시 미국의 사례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항공기 엔진기술이 발달하면서 1990년대 이후 전투기의 평시 안전성은 단발과 쌍발 모두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미 공군이 1990~2000년까지 F-15/16 사고율을 조사한 결과 F-15는 1.22대, F-16은 1.22대로 나타났다.
전투에서의 생존성은 단발 엔진이 더 우수하다.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미 공군의 단발전투기 F-16은 1000소티당 0.23대의 손실율을 기록한 반면, 미 해군의 쌍발 F/A-18 전투기는 1000소티당 0.46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자장비 교체 등 미래 성능 개량 역시 단발 엔진 전투기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항공전자장비들은 고성능, 소형/경량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옛날처럼 넓은 공간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없다.
개발기간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조사에 따르면 단발 전투기가 2년 정도 짧다. 따라서 F-4/5의 노후화에 따른 공군 전력 공백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 쌍발은 수출 가능성 낮다
쌍발 전투기를 개발할 경우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수출이다. 수출이 이루어져야 생산라인을 유지하면서 공군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쌍발전투기의 경우 단발보다 수출이 훨씬 어렵고 시장 규모도 작다. 100년 가까운 항공기 개발 역사를 가진 프랑스조차 라팔(쌍발) 전투기 수출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타이푼(쌍발)을 도입한 중동의 오만이나 쿠웨이트 등도 구매 규모는 20여대 안팎에 불과하다.
반면 단발 전투기는 재정 적자에 따른 국방예산 감축 기조 속에서도 수출에 성공하고 있다. 작년말 브라질은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 36대 도입을 결정했다. 경쟁자인 F/A-18(미국), 라팔 등 쌍발 전투기를 제치고 그리펜이 선정된 것은 도입비와 운영유지비가 싸다는 점이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스테디셀러’인 F-16 역시 아랍에미리트(UAE)가 추가도 구매할 가능성이 높으며, 성능개량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KF-X 역시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맞추어 개발한다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실제로 국제적인 항공 컨설팅 전문인 틸그룹은 “한국이 단발전투기를 개발하면 870대를 수출할 수 있으며, 도입비와 운영유지비를 합치면 100조원의 수입이 예상된다”고 분석한바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앞으로 전투기 시장은 싸게 도입해 싸게 사용할 수 있는 기종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KF-X도 이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항공 엔지니어 역시 “KF-X를 쌍발로 만들면 국내 수요만 충족하고 끝이다. 반면에 단발은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 어떤게 더 국익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사진=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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