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하바드의대 연구진은 ‘마스터’(master) 원숭이의 뇌 신경세포 활동 여하에 따라 준 척추마비 상태의 ‘아바타’(avatar) 원숭이의 팔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묶어놓은 원숭이 뇌에 센서칩을 심은 뒤 뇌파(신경세포의 전기활동) 패턴을 파악해 이를 마취 상태의 다른 원숭이 척수와 연동해 여러가지 전기자극을 준 결과 아바타가 98% 정도 마스터 생각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마스터 뇌에 있는 100여개 뉴런(자극과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세포)을 중계 컴퓨터에서 36개 전기신호로 전환시켜 아바타 척수에 수백개의 전기자극을 가했다. 마스터 원숭이가 컴퓨터 스크린 커서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아바타와 연결된 조이스틱도 덩달아 움직였다.
사람의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나 로봇 팔을 움직이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는 일부 가능했지만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성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의 지브 윌리엄스 교수는 “이번 실험은 뇌파를 이용해 척추 부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뇌파 조작을 통해 다른 이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할지는 불투명하다. 크리스토퍼 제임스 영국 워릭대 교수는 “팔다리 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친다”며 “인간 ‘아바타’의 경우 자기 제어 능력도 있는 까닭에 이번 연구결과가 인간 행동 제어 전반으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신호에 발표됐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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