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이마 주름살이 많았다. 이야기를 할 때면 5∼6계단의 주름살이 옆으로 쭉 그어졌다. 한 계단 한 계단 주름살이 올라간 것은 고단한 삶에서 비롯된 듯했다. 그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1970년대 초 산골 중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상경, 신문팔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뒤늦게 가슴속에 묻어뒀던 배움에 대한 갈증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와 야간 고교에 입학했다. 고교 졸업 후 교대→초등학교 교사→야간대→사법시험 합격→변호사 생활 등 50여년의 인생역정이 스펙트럼처럼 이어졌다. 모두 혼자의 힘으로 일궈냈다. 그의 ‘꿈이 있는 삶’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3비(비전관·비서울회·비서울대)’ 출신으로 수장에 오르는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대한변협 6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1만6000여 변호사 조직을 이끌고 있는 위철환(56) 대한변협 회장이 그 주인공. 오는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위 회장을 최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인사를 나누기가 바쁘게 이젠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끝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나오게 하려면 현행 제도로는 불가능하다며 사법시험의 존치를 역설했다. 서민들이 검·판사 등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라면서. 이어 금융기관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막기 위해 변호사들이 ‘개인정보보호’ 같은 국민 관심사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아울러 누구나 법률서비스를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변호사’를 내세우며 취임한 지 1주년을 맞는다. 가장 보람된 일은.
“지난 1년간 ‘발로 뛰는’ 소통을 해온 점이다. 전국 지방변호사회와 각 지부를 모두 돌아다녔다. 그동안 변호사 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서울에서만 진행해 대한변협이 서울변호사들만의 단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대화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등 끊임없이 소통했다. 대화와 소통으로 전체 법조인을 아우르는 대한변협을 만들었다. 또 대한변협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평가를 맡고 있어 전국 25개 로스쿨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관계자들과 수없이 의견을 나눈 점 등이다.”
―지난 1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확대에 역점을 뒀다. 이는 민사재판을 받는 사람도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처럼 변호사의 조력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법률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서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내 모토다. 법률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대한변협 역시 변호사 변론주의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의 재원을 늘리는 등 서민의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6월엔 변호사 없는 ‘무변촌’ 해소를 위해 법무부 등과 함께 ‘마을변호사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마을변호사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처음 250곳, 415명으로 시작한 마을변호사제가 현재 466곳 733여명으로 확대됐다. 대한변협에서 변호사들의 개업 지역까지 제한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변호사를 손쉽게 만나 상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은 대국민 홍보 강화와 일정 수준의 예산 지원, 미배정 지역의 해소, 지자체와의 유기적 협력 등이다. 최근 변호사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출장 상담 때 교통비를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했고, 마을변호사 추가 모집도 계획 중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 법률가가 없는 게 문제다. 대부분 개인정보보호를 다루는 기관에는 법률가는 없고 기술자만 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법률가들이 개인정보 인증 등을 심사하고 정보보호에 관한 조언·감독을 하면 막을 수 있는데 아직 이를 위한 장치가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 산하 정보통신진흥원과 개인정보보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향후 기술자 1명, 법률가 1명이 공동으로 개인정보 인증심사를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보기술(IT) 개인정보 보호 법·정책 기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기구는 법률가, 학자, 정부, 기업 등이 참여하는 포럼 활동과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제안해 나갈 것이다.”
―2017년이면 완전히 폐지되는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는.
“현행 로스쿨은 선발 과정에서 면접 비중이 너무 커 스펙이라든지 연령, 신분 등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 많다. 사법시험과 달리 돈 없는 서민들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돈스쿨’이라고 하겠나. 로스쿨이 도입된 지 6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현대판 음서제’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에 비해 사법시험은 서민이 ‘신분상승’을 노릴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데 장점이 있다. 따라서 사법시험을 통해 최소한 200∼300명이라도 선발하는 게 절실하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우수한 법조인 양성기관인 사법연수원을 활용하기 위해 사법시험 존치가 필요하다.”
―법률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경쟁력 제고 방안은 있나.
“솔직히 말해 현재로선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 또한 변호사들이 국가의 부를 창출해 사회에 공헌하도록 격려해야 함에도 이렇다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변호사들이 선진국의 기법을 배우고 언어 능력을 키우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또 외국 로펌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내 법조계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중재센터를 개소했고, 국제변호사협회(IBA) 아시아본부도 서울에 유치했다. 2019년을 목표로 서울에 IBA국제변호사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청와대에 금융선진화 방안을 제안했다. 변호사단체가 금융선진화를 업무 기조로 내세운 이유는.
“지난해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에 갔다가 현지 로스쿨에서 연수 중인 한국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홍콩, 싱가포르 같은 전통적 금융허브뿐 아니라 일본, 중국도 국제금융 중심지로 나서려고 애쓰는데 한국만 손 놓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때마침 한국경제와 법률서비스의 국제화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금융시장과 금융업의 발전에 달려 있다는 기조로 금융선진화 방안을 청와대에 냈다.”
―내용은 뭔가.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적합한 제도·법규 도입 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법률가 단체로서 대한변협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부와 국회, 민간이 주도하는 공동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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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이 계속 나오게 하려면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 |
◆ 위철환 대한변협회장은…?
▲1958년 전남 장흥 출생 ▲중동고, 성균관대 법대 ▲28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8기) ▲가정법률상담소 수원지부 상담위원 ▲수원지법 민사조정위원 ▲경기도 공직자윤리위원 ▲수원지방변호사회장 ▲경기중앙변호사회장 ▲대한변협 부회장 ▲현재 47대 대한변협 회장
▲1958년 전남 장흥 출생 ▲중동고, 성균관대 법대 ▲28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8기) ▲가정법률상담소 수원지부 상담위원 ▲수원지법 민사조정위원 ▲경기도 공직자윤리위원 ▲수원지방변호사회장 ▲경기중앙변호사회장 ▲대한변협 부회장 ▲현재 47대 대한변협 회장
“최근 ‘포퓰리즘 입법’ 혹은 ‘예산 없는 입법’이 판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활동이 오히려 법치주의에 역행하고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대한변협 산하에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 전문가들로 입법평가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평가위는 평가 기준을 마련해 각종 법령 등의 입법에 관해 법률가 입장에서 감시·조사·평가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보다 변호사에 대한 평가가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호사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직접 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아닌가. 대한변협이 변호사 비위 등을 징계한 내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직접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다.”
―최근 변호사 범죄가 늘고 있다. 원인과 대책은.
“변호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엇나간 변호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를 막기 위해 새내기 변호사뿐 아니라 기존 변호사들에게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변협 윤리위원회를 가동해 전국 단위로 감찰위원을 두고 부당한 변호사의 행위를 감시하는 등 변호사 자정능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임기 동안 계획은.
“올해 목표를 국민의 사업복지 확대를 위한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과 서민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사법 접근권을 확보하고 공정한 법조인 선발·양성 제도가 자리 잡도록 힘쓸 계획이다.”
정리=조성호 기자, 대담=문준식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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