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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고시식당 '먹튀'…고시생 "헐!"

입력 : 2014-02-19 06:00:00 수정 : 2014-02-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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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전체 고시원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제공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행정고시를 준비중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느 때처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평소 다니던 B식당을 찾았지만, ‘공사중’이라는 공지가 붙은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A씨는 얼마 전 B식당에 30만원을 내고 100장의 식권을 구입했고, 50여장(15만원 상당)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B식당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사를 하지 않았고 결국 주인은 연락이 두절됐다.

◆ 부모님께 또 다시 손 벌려야

그는 “피해액은 몇십만원이지만 대부분 용돈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고시생들에게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님께 또 다시 손을 벌려야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경우처럼 고시생을 상대로 식권을 판매한 이른바 ‘고시식당’ 부도는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서울 고시촌의 C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아 고시생 수십명이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고시생은 “(일부 먹튀 식당도 있지만) 보통 50장에서 100장 정도 사서 먹는다”며 “많이 구입하면 할인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 “방금 고시원 기계가 고장 났다”…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고시식당 부도 피해뿐 아니라 고시원에서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고시원에서는 “방금 기계가 고장 났다”, “카드 가맹점에 등록이 안 돼 있다”,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는 단말기가 없으니, 대신 간이영수증을 써주겠다”는 등의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았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D씨는 “사실상 업주들끼리 담합하는 것 같은데, 고시생은 약자라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곳은 완전 ‘세금 무풍지대’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물론 영세업장이고 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라 소위 ‘장삿속’만 챙기는 곳이 아니기에 서로들 눈 감아 주고 그냥 참아왔다”며 “하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며 한 푼이라도 아쉬운 건 양쪽 다 마찬가지고, 고시원은 나름대로 돈 버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서로 지킬 건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시생 E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고시생이나 그 가족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며 “서로 입장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고시식당 “손님은 줄고, 물가는 오르고…”

하지만 고시생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법고시 준비생들이 크게 감소하며, 식당끼리 고시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식재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식당 운영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시식당 운영 중인 F씨는 “이 정도 밥상을 차려주면 최소 5000원은 받아야 그나마 좀 남는다”며 ”나도 적게 받으면 다른 식당처럼 부도가 날 수 있지만, 그래도 내가 좀 적게 남기더라도 학생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고시식당 점원 G씨는 “고시촌이 잘 나갈 땐 점심시간에 약 400~500명이 왔었는데, 지금은 200명 정도”라며 “고시생들이 줄어들며 식당 손님도 절반 이상 급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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