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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 규제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로비 산물”

입력 : 2014-02-12 20:59:46 수정 : 2014-02-12 2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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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 규제는 1920년대 미국 자동차 업계의 로비 산물이다.”

어느 샌가 선진 국민의 필수 요건이 돼 버린 무단횡단 금지는 사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집요한 정치력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피터 노튼 버지니아대 교수(역사학)는 저서 ‘교통과의 전쟁:미국 도시의 자동차 시대 여명기’에서 무단횡단 규제 시발이 191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당시 뉴욕주 시러큐스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백화점 직원이 도로에서 메가폰을 들고 “도로를 함부로 건너는 사람들은 ‘제이워커(jaywalker)”라고 소리쳤다. 무단횡단자를 뜻하는 제이워커의 ‘제이’는 원래 ‘머리가 텅 빈 수다쟁이’라는 은어였다.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을 시골에서 막 상경해 도시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촌뜨기로 비하한 말이었다.

무단횡단자는 약 10년 뒤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923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는 도심 자동차 속도를 시속 40㎞ 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청원이 제출됐다. 뻥 뚫린 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보행자(pedestrian)들이 희생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속도 제한 규제를 받을 위기에 처한 자동차 회사들이 꺼내든 반격 카드가 ‘무단횡단자’였다고 노튼 교수는 지적했다. 보이스카웃 단원들로 하여금 시민들에게 “무단횡단은 위험한 악습”이라는 내용의 카드를 나눠주게 한 것이다. 당시 빈번했던 가장 행렬에서도 어김없이 “무단횡단은 촌뜨기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내용의 슬로건이 등장했다.

교통사고 책임을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들에게 떠넘기는 자동차 업계의 ‘꼼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해 미 자동차산업의 ‘메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대형 업체 협회인 자동차안전위원회는 지역 언론을 상대로 교통사고 태반이 자동차가 아닌 무단횡단자 책임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연달아 뿌렸다. 그 전만 해도 교통사고 대부분은 운전자 책임이라고 비난했던 언론들은 무단횡단이 주된 사고 요인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협회의 로비업체는 이때부터 학교 안전교육을 시행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도로는 자동차와 놀 데가 없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교육했다. 그 결과 1920년대말 많은 도시에서 무단횡단을 규제하는 법안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1930년대 이같은 규제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다. 실제 미국 대부분 도시는 무단횡단 적발시 190∼250달러(약 20만∼26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무단횡단이 교통사고의 주된 요인이라는 실증적 분석결과는 나온 게 없다. 무단횡단에 대한 규제가 유별난 미국에서 보행자 사망률은 10만명당 1.422명인 반면 별다른 규제가 없는 영국의 사망률은 그 절반 수준인 0.736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범칙금 부과가 보행자들의 ‘걸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호소가 힘을 얻고 있다. 워싱턴주 시애틀 교통경찰 당국 총책임자였던 존 모팟은 BBC에 “시 당국이 1930년∼1980년대 부과한 범칙금은 5000만건”이라며 “하지만 보행자 사망사고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이나 아동, 음주자였지 무단횡단자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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