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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복시성 통해 본 가톨릭 순교 의미와 한국교회

입력 : 2014-02-10 16:49:34 수정 : 2014-02-10 16: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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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져 박해당해
한국천주교 초석 놓은 이벽 등도 시복시성 추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 결정에는 자발적 신앙공동체인 한국 천주교회 설립 초기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1784년 음력 9월 이승훈(1756∼1801)은 서울의 수표교 부근에 있던 이벽(1754∼1785)의 집에서 이벽에게 세례를 준다. 한국 가톨릭의 시작이다. 이승훈과 이벽은 순교했다.

한국 천주교회가 세워진 이후 100여 년 동안은 박해시대라 할 정도로 혹독한 탄압이 이어졌다. 이런 아픔을 딛고 교황청의 시복시성 결정을 통해 '신앙과 순교의 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 시복시성(諡福諡聖)

시복시성이란 성덕이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나 순교자에게, 탁월한 신앙의 모범을 본받고 공적인 공경을 바치도록 복자(福者)나 성인(聖人) 품위에 올리는 예식이다.

시복시성을 위해서는 지역 주교가 시복준비조사위원회를 결성해 교황청에 시복 조사를 건의하기 위한 자료 조사를 시작한다. 고인의 언행, 저서, 기적 사례 등을 조사해 교황청 시성성에 보고한다. 교황의 허락이 나오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시복 조사에서는 보통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확인돼야 하는데 새 교회법에서는 순교자의 경우 순교 사실만 확인되면 기적 심사가 면제된다.

덕성이 확정되고 기적이 두 가지 이상 있으면 의사나 병리학자 등이 기적에 대해 검토 작업을 하며, 기적이 확정될 때까지 전문가들의 조사와 재판이 이어진다. 기적이 확인되면 복자로 선언한다.

그 후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인정될 때 그를 성인으로 선언(시성·諡聖)하고 의식을 행한다. 시성은 복자에 한해서만 행해진다.

◇ 아시아 주요국의 시복시성 현황

한국 천주교에서 윤지충 바오로 등 124위 이전에 시복시성된 인물은 국내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가톨릭 성인 103위가 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해 시성식을 직접 주재했다.

2009년 124위와 함께 시복 청원된 조선인 두 번째 신부 최양업 신부의 시복심사 절차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 가운데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23위'와 한국전쟁 전후 공산당의 박해로 죽임을 당한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에 대한 예비심사도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은 한국전쟁 당시 순교자들인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 36위'의 시복시성 예비심사를 벌이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는 한국과 함께 일본이 가장 눈에 띈다.

일본에는 성인 42명, 복자 393명이 있다. 일본은 천주교 신자 수가 45만 명밖에 안 되지만 1614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금교령 이후 평신도들이 비밀교회를 만들어 250년 동안이나 성직자 없이 신앙을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베트남의 경우 1988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 안드레아 둥락과 동료 순교자 등 117명이 시성됐고, 2000년에도 1명이 시복됐다.

중국에는 성인 120명이 있고, 필리핀에는 성인 2명, 복자 1명이 있다.

◇ 순교의 의미

한국 교회 순교자들은 대부분 신앙에 대한 확신으로 죽음을 받아들였다. 박해 시대에 처형된 신자 가운데는 신앙보다는 현실정치 문제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순교의 역사적 의미는 간단치 않다. 박해시대의 신앙 실천과 순교는 사상과 체제에 대한 도전을 뜻했다.

신앙을 통한 자기 존재의 확인이자 조선 왕조가 자행한 전 근대적 사상 통제와 신분제적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인 셈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인간의 양심과 인격에 대한 깨달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신분제 질서 안에 매몰된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발견이었다.

따라서 순교자의 죽음은 역사 발전 과정에서 출현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갈망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순교가 사회·역사적 행위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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