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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상품권 시장] (상) 10조원대 상품권 시장 실태

입력 : 2014-01-27 06:00:00 수정 : 2014-01-27 13: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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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상품권 한해 시장 10조대
백화점 상품권은 각종 설문조사마다 직장인과 주부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꼽힌다. 백화점은 물론 마트·인터넷·쇼핑·레저 등 다양한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권 발행 및 관리에 대한 규정이 허술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아 언제든지 사적 편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품권을 구입한 뒤 다시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이 기업의 비자금 통로로 악용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발행자의 부도, 잔액환불 거부, 할인매장 사용거부 등 상품권을 둘러싼 각종 소비자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린 상품권 시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대한민국은 가히 ‘상품권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각종 상품권이 범람하고 있다. 백화점, 주유, 외식, 구두, 문화 상품권 등 종류만 200여종에 달하면서 국내 상품권 시장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8조원을 넘어 올해는 10조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상품권, 대형마트, 소규모 시장, 동네 가게에서 사용되는 것까지 합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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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가량 성장하는 상품권 시장

한국조폐공사가 지난해 찍은 상품권 발행액은 총 8조2794억원이다. 5년 전인 2009년 3조3782억원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상품권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백화점 상품권이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009년 1조9357억원을 찍은 백화점 상품권은 지난해 6조3979억원을 발행했다. 5년 새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백화점들이 상품권 발행에 신경을 쓰는 것은 매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상품권 판매촉진을 위해 법인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할인을 해준다. 예를 들면 1000만원어치 상품권을 사면 할인된 만큼 상품권을 추가로 주는 식이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상품권은 조폐공사에서 발행하고 있다. 수량은 인지세만 내면 얼마든지 찍어낸다. 인지세는 10만원권 400원, 5만원권 200원, 1만원권 이하는 50원이다. 백화점 상품권이 시중에서 현금처럼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백화점들이 돈을 찍어내고 있는 셈이다. 주유·제화 상품권도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주유 상품권과 제화 상품권은 각각 3565억원, 2600억원을 발행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 시장경영진흥원 등도 상품권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상품권이 선물용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매년 (상품권) 시장이 커가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상품권 발행 규모를 25%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고액 상품권은 ‘뇌물용’인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들이 지난해 찍어낸 고액 상품권(50만원권)은 1조8225억원이다. 작년 백화점 상품권 전체 발행액(5조4000억원)의 30%가 넘는다. 백화점들이 고액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실제 A백화점은 50만원권을 2011년 60만장에서 작년에는 302만장으로 5배 늘렸다. A백화점 관계자는 “50만원권 상품권은 한장 두장 낱개로 판매되기보다는 수십장씩 한번에 팔린다”며 “주로 법인 고객들이 사간다”고 말했다. 30만원권도 지난해 A백화점은 12만장(360억원), B백화점 2만장(60억원), C백화점 3만2000장(96억원), D백화점 4000장(12억원) 등 총 17만6000장을 발행했다. 금액으로는 528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백화점들이 50만원 상품권은 1조8225억원 발행한 반면 30만원은 528억원 찍은 것은 50만원권이 선물용으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갑을관계’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기업뿐 아니라 관공서, 학교 등 전반적으로 ‘갑을 고리’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현금에 비해 부담이 덜하지만 선호도는 높은 상품권이 ‘뇌물성 선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주위 시선이 따갑다 보니 백화점들은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는 지난해 추석까지 선보인 1000만원권, 3000만원권 상품권 패키지를 내놓지 않았다. 50만원짜리 상품권 60장을 묶은 3000만원권 상품권 패키지는 ‘뇌물용’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상품권 발행 부작용 없나

상품권 발행 규모가 큰 폭으로 늘면서 통화량과 물가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상품권의 경우 액면가 그대로 현금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화폐 규모인 통화량 부문에는 제외돼 있다.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실제 화폐처럼 거래가 되면서도 정작 실상을 파악할 수는 없는 ‘유령통화’가 된 셈이다.

조폐공사에서 발행하는 상품권뿐 아니라 사설 인쇄업체 등에서 발행되는 상품권까지 감안하면 상품권 시장의 신장세는 우려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 규모는 화폐량이나 물가와는 관련이 없다”며 “하지만 상품권 발행이 과다해질 경우 과소비 조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영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경품용 상품권 유통과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만약 상품권 발행에 따라 통화량이 내생적으로 변동할 경우 이를 통제하기 위한 금리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며 “통화당국은 상품권 유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필요 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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