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로비 검은 거래 단골
‘돈세탁’ 악용 규제장치 절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상품권 발행액이 6조원을 넘는 등 전체 상품권 시장이 9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권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매년 30%가량 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시장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만 ‘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세계일보가 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통해 단독입수한 한국조폐공사의 ‘연간 생산 상품권 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찍은 상품권 총 발행액은 26조4855억여원이다. ▲2009년 3조3782억원 ▲2010년 3조8299억원 ▲2011년 4조7786억원 ▲2012년 6조2194억원▲2013년 8조2794억여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내 상품권 시장 규모는 물론 백화점, 정유소 등 업종별 발행 규모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다 주요 고객인 기업들도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50만원권 고액상품권을 ‘인사 또는 뇌물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백화점들이 지난해 발행한 50만원권 고액권은 A백화점 1조5100억원(302만장), B백화점 2200억원(44만장), C백화점 840억원(16만8000장), D백화점 85억원(1만7000장) 순이다.
최근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5∼2009년 법인카드로 145차례에 걸쳐 20억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한 후 10%를 환전 수수료로 지급하는 ‘상품권 깡’을 통해 시 재정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백화점 상품권은 인지세만 내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만큼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폐공사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외에도 소규모 시장이나 일반 상점에서도 고객 유치 차원에서 상품권을 만들고 있어 전체 상품권 시장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다. 정 의원은 “상품권은 조폐공사 이외에서도 누구나 제작이 가능한 만큼 실제 유통되는 상품권 총액은 천문학적일 것”이라며 “상품권이 불법적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고 소비자 피해도 잇따르는 만큼 제도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유태영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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