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U대회선 사상 첫 銀 따내… “亞게임 출전권 확보땐 金 자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주먹 하나에 인생을 걸고 “내일은 세계 챔피언”이라는 꿈을 꾸는 복서가 있다. 복싱협회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최고 유망주로 꼽는 김인규(21·사진)가 그 주인공.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과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인규를 16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먼저 복싱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중학교 때 공부를 못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시작하게 됐죠.” 굳이 왜 복싱이었을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다른 종목은 엄두도 못냈어요. 복싱은 공짜였습니다. 주먹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요.”

눈부신 실적에도 김인규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바로 49kg 체급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신종훈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김인규에게 신종훈이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정말 존경하는 선배”라면서도 “언젠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대답했다.
항상 신종훈의 등 뒤만 쫓던 김인규는 마침내 신종훈을 꺾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2014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예선에서 신종훈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2차 선발전 출전이 면제된 김인규는 4월 최종 선발전에서 2차 선발전 우승자와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겨룬다. 김인규에게 라이벌은 신종훈뿐이냐고 묻자 “그건 아니에요. (신)종훈이형도 있지만, 한체대 동기 (이)예찬이도 라이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예찬은 전국체전 3연패를 차지한 같은 체급의 또 다른 강자다. 김인규는 1차 선발전 준결승에서 이예찬을 꺾었다. “종훈이형이나 예찬이와 한 번씩 맞붙어 다 이겼기 때문에 또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요.”
김인규의 장점은 49kg 이하급으로 경량급치고는 큰 키(173cm)에 있다.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긴 리치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주특기다. 김인규를 지도하고 있는 한형민 국가대표 코치는 “흔히 신장이 좋은 선수들은 접근전을 펼치는 선수에게 약한데, 김인규는 접근전에서 연타 능력도 좋다. 인파이터, 아웃복서 두 스타일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센스를 갖췄다”고 칭찬했다.
김인규는 복서에 안성맞춤인 성격도 갖고 있다. 자신을 타고난 천재파는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맞는 것이 두렵지 않은 것은 타고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코치도 “자기 목표가 뚜렷하고 지도자들이 시키는 것은 잘 따르기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낸다면 금메달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자기 목표가 뚜렷한 김인규지만, 고등학교 땐 복싱을 그만두고 싶었단다. 복싱 자체는 너무 재미있었지만 체력 훈련과 감량이 힘들어서였다. 도망쳐 나온 그를 잡아준 것은 고교 때부터 사귀던 여자 친구였다. “도망친 나를 감독님이 잡으러 왔었죠. 그런데도 안 하겠다고 버티니 감독님이 여자친구에게 복싱을 배우라고 권유했죠. 그때 여자임에도 절 위해서 복싱을 시작하더라고요.”
김인규의 새해 목표는 분명했다. “아시안게임 출전권만 얻으면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2016년 리우올림픽 메달. 그의 롤모델도 2004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조석환 코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이기도 하지만 고향인 충주 출신 선배라 더욱 닮고 싶어요.”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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