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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도공의 모험… 고려 국제도시 벽란도 속으로

입력 : 2014-01-10 20:22:52 수정 : 2014-01-10 2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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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청자 밀매조직 한판승부
동화답지않은 스케일 돋보여
문영숙 글/홍선주 그림/문학동네/1만1000원
벽란도의 비밀 청자/문영숙 글/홍선주 그림/문학동네/1만1000원


고려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세계화된’ 나라다. 수도 개경(현 개성)에서 10㎞쯤 떨어진 황해도 예성강 하구의 벽란도(碧瀾渡)는 요즘으로 치면 인천 송도국제도시 같은 곳이다. 중국 송나라와 일본은 물론 아라비아 반도에서 온 상인들도 벽란도를 드나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벽란도의 비밀 청자’는 고려시대 벽란도를 무대로 도공과 고려청자 밀매조직 간의 대결을 다룬 장편 역사 동화다. 주인공 도경은 전남 강진에서 청자를 만들며 사는 도공의 열세 살 난 아들이다. 대대로 청자를 구워 파는 집안에 태어났지만 도경은 청자가 싫다. 죽어라 일해도 소득은 별로 없고, 어렵게 빚은 청자는 “궁궐에 납품해야 한다”는 이유로 몽땅 빼앗긴다. 품질이 낮아 궁궐에 들일 수 없는 청자는 그냥 도공들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해도 당국의 ‘불가’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평생 도공으로 살 생각에 답답해진 도경은 무작정 배를 타기로 결심한다. 진귀한 물건을 가득 싣고 벽란도로 가는 배에 오른 도경은 무한한 해방감을 느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실수로 남의 귀한 청자를 깨뜨리는 바람에 거액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된다. 도경의 할아버지가 “부서진 것과 똑같은 청자를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한 뒤에야 가까스로 도경을 태운 배가 출항한다.

고려시대 황해도 예성강 하구의 벽란도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늘 붐비는 국제도시였다. ‘벽란도의 비밀 청자’는 벽란도를 무대로 도공과 청자 밀매조직 간에 벌어지는 한판 승부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장편 역사 동화다.
문학동네 제공
벽란도에 도착한 도경은 할아버지가 새 청자를 만들어 올 때까지 ‘볼모’처럼 붙들려 상인들 뒤치다꺼리를 한다. 그곳에서 도경은 또래의 소녀 가비와 만난다. 가비 역시 아버지가 상인들한테 진 빚을 갚을 때까지 붙잡혀 있으면서 허드렛일이나 하는 딱한 신세다. 둘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싹틀 즈음 도경은 수상쩍은 움직임을 포착한다. 전부 궁궐에 납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청자를 몰래 거래하는 일당이 눈에 띈 것이다. 도경은 청자 밀매조직을 일망타진할 비책을 궁리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답지 않게 스케일이 웅장하고 이야기 전개도 복잡하다. 책장을 넘기면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한 그 옛날 국제도시 벽란도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우리의 찬란한 문화가 고려청자처럼 뻗어나가길 소망하며 책을 썼다”고 말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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