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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의 화랑가 산책] 미술품 경매시장 ‘전두환 특수’ 불황 탓 그만하고 신뢰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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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24 21:03:47 수정 : 2013-12-24 2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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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술계는 침체의 늪에서 허덕인 한 해였다. 경기불황에 미술품을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 등 악재마저 겹치면서 미술시장은 바닥을 쳤다.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중심에 미술품이 등장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과정에서 검찰이 압류한 전씨 일가의 재산에 상당한 규모의 미술품 컬렉션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술계는 다시 ‘검은돈의 온상’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검찰에 압류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경매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모처럼 미술 시장에 생기가 돌았다. 경매 현장이 이처럼 열기를 띤 것은 4∼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주제가 있는 경매로 100% 낙찰이 이뤄진 것도 이례적이다. 향후 미술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술계에선 이번 경매 결과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아니다. 정상적인 시장논리가 아닌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경매에 참여한 한 인사는 경매장에 ‘낯선 얼굴’들이 대거 보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새로운 얼굴들이 미술품 경매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의 사람들이 마치 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쓸어가겠다는 여세가 경매 진행과정 곳곳에서 감지됐다는 얘기다. 미술시장이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한국미술시장의 최대 장애요소는 경기불황도 아니고 비자금 관련설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 신뢰성 상실에 방점을 찍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컬렉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갑이 두툼하고 열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팔고 보자는 막무가내식 마케팅이 컬렉터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매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고미술의 경우 진위를 검증하는 필터링이 조금이라도 작동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불황 탓’ 옛 유행가는 이제 그만 부르자.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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