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다. 그 존재를 돌아보게 된 건 ‘낯선 비닐봉지’를 만나면서였다.
지난여름 디즈니 본사를 취재하러 미국에 갔다. 송파구·동작구 등 서울의 구 크기만 한 디즈니 스튜디오의 거대함을 엿본 뒤 상점에 들렀다. 기념품을 사자 점원이 물품을 비닐봉지에 넣어줬다. 부들부들, 나풀나풀∼. 상점에 비치된 어린이용 신데렐라 드레스보다 더 얇고 부드러운 비닐봉지였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웠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쉽게 찢어지지 않았다. “비닐봉지 한 번 참 야물딱지네”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때까지는 ‘신기하다’ 정도의 느낌뿐이었다. 문제의식이 싹튼 건 두 번째 경험을 통해서다. 지난가을 베를린 시청 공무원 취재를 위해 독일로 날아갔다. 현지에서 식료품가게가 보일 때마다 과자를 사먹었다. 독일 점원도 그때마다 과자를 비닐봉지에 넣어줬다.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어, 이것도 얇고 가볍네”라며 봉지를 요리조리 만졌다. 디즈니 것만큼 부드럽진 않았지만, 국내 비닐봉지보다는 훨씬 얇고 단단했다. ‘우리나라 비닐봉지는 왜 그렇게 두껍지’ 하는 의문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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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 문화부 기자 |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회 기준은 문화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비닐봉지는 작은 물건이지만 환경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강한 나라일수록 사소한 것에 그 마음이 반영될 터이다. 비닐봉지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하이덴 등 석유화학 원료와 압출 기계 종류에 따라 내구성이 달라진다. 얇고 단단한 봉지를 만드려면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땅에 묻힌 비닐봉지가 소멸하려면 ‘조선왕조 500년’이 필요하다. 2013년 오늘 버린 비닐봉지는 2513년쯤 지구에서 사라진다. 두께를 고민하고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0.01㎜씩 자라면 우리 미래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지 않을까.
이현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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