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생존, 다윈 진화론 반박
샴쌍둥이 이야기 등 재밌는 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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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김명주 옮김/현암사/2만8000원 |
다윈의 진화론은 틀렸다? 다윈 이후 최고의 생물학자로 평가받는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의 과학 에세이가 국내에 출간됐다.
신간 ‘플라밍고의 미소’는 다윈이 주창한 ‘적자생존’의 진화론은 틀렸으며, 삶의 환경과 습관 등 ‘우연’에 의해 생명체는 진보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생명의 역사에서 우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굴드의 이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속평형설’이다. 진화는 개체 발전보다는 환경과 생태변화에 따라 우연히 일어나며, 모든 생명체는 의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다윈주의에 젖어 있는 현대 과학계는 굴드 이론에 심하게 반발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그는 “생명사의 패턴은 어느 정도 무작위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이론은 일종의 무신론적 배경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다윈의 진화론에 반기를 든 생물학자로 생전에 명성을 날렸다.
굴드는 1974년부터 2001년까지 27년 동안 미국 자연사박물관이 펴내는 월간지 ‘내처럴히스토리’에 300여 편의 에세이를 연재했다. 이 잡지는 세계 과학계에서 명망있는 과학 작가의 등용문으로 인정받는다. 이 책의 원서는 1985년 출간됐으며 대개 1980년대 초반에 쓰인 글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에 쓰인 과학 에세이지만 굴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도서출판 현암사는 그의 과학 에세이를 추가로 묶어 2014년 봄에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란 제목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학의 일종인 플라밍고는 머리를 거꾸로 뒤집어 먹이를 먹는다. 왜 그럴까. 굴드 이론에 따르면 플라밍고는 부리를 일부러 거꾸로 뒤집어 먹이를 먹는 게 아니다. 환경과 습속에 따른 생존의 차원이지 적자생존의 결과는 아니라고 굴드는 말한다. 이는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의 유전’에 가깝다. 용불용설이라고도 하는데 우연히 조성된 환경과 생태 습관에 따른 진화라는 주장이다. 굴드는 다윈의 이론과 맞지 않는 생태 현상이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교미 후 배우자를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 성전환하는 꽃과 달팽이 등 이야기는 재미와 정보를 함께 준다. 샴쌍둥이를 한 사람으로 봐야 할지, 두 사람으로 봐야 할지 분석한 에세이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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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밍고는 먹이를 먹을 때 머리를 뒤집는 독특한 버릇이 있다. 굴드는 이를 통해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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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데이 굴드. |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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