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곽 94.1m 찾아 발굴 일제강점기 조선신궁을 세우기 위해 성곽 일부를 철거하면서 훼손된 채로 땅속에 묻혀 있던 남산 서북편 회현자락의 한양도성 일부가 10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 구간 일부를 발굴한 결과 옛 성곽 94.1m를 찾아냈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서울역사박물관과 함께 지난 6월부터 5개월간 3단계 정비사업 구간 총 300여m 중 남산 중앙광장 일대(교육정보연구원∼분수대∼구 식물원 자리) 100여m를 발굴했다.
발굴 조사 결과 지하 2.3∼3m 지점에서 옛 토목건축 구조를 알 수 있는 단서인 ‘유구’가 확인됐다. 성곽 바닥부분 1∼2단을 이루는 기저부와 성곽 몸통을 이루는 체성부는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표면 아래 3m에 있었으며 성벽 4∼5단부터 6∼7단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이번 구간에서 성곽 축조 초기인 태조 때 성곽을 쌓기 시작해 세종, 숙종 이후까지도 계속 보수한 흔적도 발견됐다. 또 옛 성곽과 함께 조선시대 성벽을 지키거나 쌓는 것을 관리하던 관청명 일부가 적힌 기와조각을 비롯해 바닥돌, 분청사기편, 왜사기 등 조선초기부터 20세기까지의 다양한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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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신궁을 세우기 위해 철거된 남산 서북편 회현자락의 한양도성 성곽 일부가 100여년 만에 발견되어 22일 공개됐다. 서울시는 올 6월부터 3단계 남산 한양도성 발굴 작업을 벌여 5개월 동안 총 300여m 구간 옛 성곽 94.1m를 찾아냈다. 이제원 기자 |
앞서 시는 2009년부터 한양도성 복원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3단계에 걸쳐 추진하고 있다. 2009년 1단계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 일대 성곽 84m를 복원한 데 이어 지난해 2단계 백범광장 일대 성곽 245m 복원을 마무리했다. 시와 역사박물관은 올해 말까지 발굴을 마치고 이번 발굴 성과를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구간은 일제시대에 훼손된 뒤 광복 이후에도 이승만 동상 건립, 남산식물원 개장 등으로 100년 동안 격동의 세월을 지냈음에도 도성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굴돼 의미가 깊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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