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들이 언제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는지 짐작하기 힘들다고 푸념하자 업계 관계자가 “통상 9∼11월에 이뤄진다”며 일러준 얘기다. 업체들은 신차를 내놓을 때 연식변경,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풀체인지 등 여러 용어를 써가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 중 소비자가 그 시기를 가늠하기 힘들고, 알게 모르게 피해보는 게 ‘2014년형 ○○○’이라고 불리는 연식변경이다.
통상 연식변경은 헤드램프 등 일부 외관을 바꾸고 안전·편의 사양을 추가하는 것을 말한다. 페이스리프트는 연식변경보다 변화 정도가 큰데, 어떨 때에는 엔진이나 변속기 성능이 개선되면서 연비가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 들어 ‘세대 변경’을 뜻하는 풀체인지와 페이스리프트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독일차 관계자는 “독일차들은 풀체인지가 7년마다 있고, 정확히 3.5년 만에 부분변경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국산차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사양이나 가격대 등을 맞추기 위해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기도 한다”며 “수입차 상당수도 국내에서 사양 몇개 추가하고 연식변경으로 내놓기도 한다”고 밝혔다.
![]() |
정재영 산업부 기자 |
자주 쓰이는 연식 개념은 애매모호하다. 한 중고차 매매업자는 “중고차는 원래 등록 기준이지만 제조 기준까지 고려해 연식을 따진다”며 “해외에서 타던 차를 국내에 신규 등록했다고 해서 ‘신차’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 수입차는 지난 1월에 2014년형 모델을 내놨다. 두 달가량인 운송기간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2012년 말에 만든 차를 들여와 2014년형 신차로 판매한 셈이다. 완성차업체가 올해 내놓은 ‘2014년형 신차’는 중고차업계에서 2013년식 차일 뿐이다.
연식변경 모델 출시 시기는 업체마다 들쭉날쭉인데, 이를 당기는 이유는 ‘신차 효과’ 때문이다. 잘 안 팔리면 디자인을 살짝 바꾸거나 에어백 등 내부 구성품 한두 개 변경하고는 새차로 포장해 내놓는다. 신차 출시 후 6, 7개월 만에 가격이 오른 연식변경 모델이 나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반면 해외에서는 연식변경이 이뤄질 때마다 가격이 깎여 풀체인지 모델 출시 직전 차값이 가장 낮다. 국내에서는 비싸진 연식변경 모델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그만큼 돈을 더 내고 차를 사고, 기존 모델 소유자들은 중고차 가격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한 국산차 영업사원은 “‘신차를 타야 한다’는 인식 탓에 연식변경 등 신차 출시가 잦으면 판매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나라 평균 차량 교체주기가 3년 남짓으로 외국에 비해 짧은 이유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자동차업계의 마케팅 관행이 차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고백이다.
정재영 산업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