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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철의나명들명] 딸아, 난이 꽃을 피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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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08 20:45:49 수정 : 2013-11-08 21: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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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에서야 거실에 있는 난이 꽃을 피운 것을 알았다. 딸애가 지난여름 모기업에 입사한 직후 회사 사장 이름으로 집에 배달된 화분이다. 수습이 떨어지고 정식 직원이 될 즈음에 난이 꽃을 피워 기분이 삽상하다.

곁에 있던 아들 녀석이 한마디 추임새를 넣는다. “동생이 회사에 들어간 뒤 하도 고생을 해 난이 격려와 면수습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꽃을 피웠나 봐요”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꿈보다 해몽이다. 그간 제 동생의 모습을 안 보는 듯 지켜보며 저도 마음이 안쓰러웠나 보다.

4개월여의 딸애의 나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침에 나갔다가는 빨리 들어와야 밤 10시다. 근무 시작 며칠 만에 속이 깊은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다 발을 담근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종종걸음을 하느라 발이 혹사를 당해 물에 담근다는 설명을 재잘댄다. 휴무일인데도 저녁 7시에 집을 나선다. 하루의 공식적인 일과 후의 자선 공연 연습 준비라는 설명이 업무 이상으로 진지하다. 

조병철 객원논설위원
지난 추석 때는 택배일도 3일간 했다. 돌아와서 택배 아저씨의 수고로움과 신산함을 알게 됐다고 철학자연 한다.

약이라면 손사래를 치던 녀석이 애비가 건네는 비타민제를 받는 모습을 통해 녀석의 일상이 손에 잡힌다. 저만 그러는 게 아니란다. 신입 동기들이 모이면 모두가 비명을 지른다고 전한다. 말은 안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표를 썼다간 찢었을 것 같은 니들의 마음이 와 닿는다. ‘너무 힘든 것 아니냐’며 걱정을 했더니 “다들 얼마나 열심인데요”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짓는다.

공연한 기우를 했나 보다.

풋풋한 젊음이요, 건강한 청춘이다. 도전하는 인생이요, 모험하는 삶이다. 누가 오늘의 젊은 세대를 ‘편한 것만 찾고, 열정이 없다’고 비난하며 ‘게으르고 나태하다’ 고 비웃는가. 기성의 시각, 어른의 눈에 우리 사회는 무례하고, 게으르고, 건들거리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젊은이로 넘쳐난다. 어떤 이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 부정적이고 무기력한 오늘의 청춘 때문에 자멸할 것이라는 극언도 내뱉는다.

젊음에 대한 매도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인류 최초의 문서에 ‘요즘 젊은이 버릇이 없다’는 비분강개의 언사가 눈에 띈다. 거기에는 ‘곧 인류의 종말이 온다’는 말세론도 병기돼 있다. BC 3000년도 더 전의 말씀이니 5000년의 나이를 자랑한다. 종말은 오지 않았고 젊은이는 예나 이제나 한결같다.

어느 집단, 어느 세대, 어느 곳이나 소위 버릇없는 한 줌의 쭉정이는 있다. 그들은 소수일 뿐이다. 그들이 마치 전부인 양 호들갑을 떨고 죽을상을 짓는 것은 물구나무 서서 세상을 보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청춘의 헐뜯음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치졸하고 속 좁은 질투와 앙탈인 것을.

딸아, 아니 젊은 세대여! 기죽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 가슴을 펴고 오늘처럼 열심히 살라는 난의 말이 뇌성보다 크게 들리지.

그대들의 가슴에도, 어깨에도, 머리에도 난이 꽃을 피우리라.

조병철 객원논설위원

나명들명’이란 고려가요 쌍화점에 나오는 우리 옛말로서 ‘소문나며, 소문나면’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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