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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평등 예산' 세상을 바꾼다] ④ 지자체 예산 들어보니

관련이슈 '性평등 예산' 세상을 바꾼다

입력 : 2013-10-29 19:09:55 수정 : 2013-10-30 08: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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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해 지자체 244곳 도입… 부실·부적절 사업 많아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에 성인지예산제도가 도입된 원년이다. 2011년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자체들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2013년도 예산안과 함께 성인지예산서를 지방의회에 냈다.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244개 광역·기초단체 모두 성인지예산서를 제출했다. 제도 시행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일부 중앙부처들이 여전히 성인지예산서 작성을 외면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이 평가할 일이다. 특히 지방예산은 중앙에 비해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정책수요를 반영하는 만큼 지자체의 성인지예산이 활성화되면 성인지예산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와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입 초기인 만큼 곳곳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어 취지에 맞는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적절 사업·분석오류 많아


전국 244개 지자체가 편성한 2013년도 성인지예산 총액은 12조5990억원으로 전체 지방예산(208조8886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3%로 집계됐다. 중앙부처가 5년 만에 전체 예산의 6.3%가량을 성인지예산으로 편성한 것과 비교하면 첫해부터 외형적 성과가 작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에서 성인지예산의 성격에 맞지 않거나 분석이 잘못된 사업들이 발견돼 실제 취지에 부합하는 성인지예산 규모는 훨씬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경기도의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의 경우 개발제한구역 내 거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성별 영향을 분석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그렇다보니 예산서의 성과목표란에는 ‘사업에 대한 주민 만족도’, 성평등기대 효과란에는 ‘주민의 생활편익 증진’이라는 성평등과 무관한 내용이 기재됐지만 성인지예산 사업에 포함됐다. 강원도의 ‘자원봉사센터 활성화 추진사업’도 성별과 관계없이 자원봉사 활동률 제고를 성과목표로 잡아 분석상의 문제가 드러났다.

성인지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별에 따른 수혜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자료인데 사업대상자나 수혜자에 대한 성별 분리통계가 제시되지 않거나 부실한 통계자료가 반영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인천의 ‘대중교통 및 다중이용시설 활용 홍보’, ‘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 ‘보호자없는병실 운영’ 등의 사업은 사업대상자와 수혜자의 성별통계를 제시하기는커녕 ‘불특정다수’라고 기재한 뒤 성과목표에는 이와 무관한 지표를 임의로 적었다.

2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성인지적 의정활동을 위한 성인지예산 워크숍’에서 김경희 성인지예산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오른쪽 첫번째)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중앙부처의 오류 그대로 답습

대부분의 제도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확산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제도가 지방에서 먼저 뿌리내릴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정부가 성인지예산 시행 전 3년의 시범기간을 거쳤던 것과 달리 지자체는 지난해 상반기 시범작성을 거쳐 하반기에 바로 예산 편성을 했다. 준비기간이 부족하다 보니 중앙부처의 성인지예산에서 드러난 문제가 그대로 재연되는 일도 빚어졌다.

경북의 영유아보육료지원사업은 여성의 육아부담 경감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났는지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취원 아동수’를 지표로 삼아 정부 오류를 답습했다. 부산의 어린이집 미이용아동 양육지원의 경우도 지원대상 아동수를 지표로 설정해 같은 오류를 반복했다.

성인지예산을 재정운용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특정 분야에 국한된 예산으로 보는 경향도 중앙부처의 잘못된 인식이 지방으로 옮겨온 결과다. 244개 지자체 성인지예산 사업 중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9조9557억원으로 전체 성인지예산 규모의 79%(9조9557억원)를 차지했다. 특히 경남은 사회복지 예산이 성인지예산 전체의 95%를 차지했으며 광주는 92.44%가 사회복지 예산으로 보육·가족 및 여성 분야 예산만 전체의 78.97%에 달했다.

◆“이해 없는 예산 확대는 독”

성인지예산은 예산서 작성의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재정운용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이해가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이 2013년도 성인지예산서를 적접 작성한 강원도청과 시·군 공무원 4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지예산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58.8%로 평균 인지도가 5점 만점에 3.54점에 그쳤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지난해 시범분석에 참여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9.3%만이 ‘성인지예산이 수혜자의 성별격차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해 제도에 대한 공직사회의 합의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의 성인지 예산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발전연구원 김지선 연구원은 “정부합동평가에서 지자체의 성별영향평가 과제수를 평가하기 때문에 성인지예산의 사업 숫자는 많은 편”이라며 “다만 제도 개선보다는 개수에 집중하다 보니 성평등과 무관한 사업들이 포함되거나 의미없는 분석을 낳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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