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빅뱅’ 장원삼 판정승
오승환 투입 승부수 ‘깔끔 마무리’

벼랑 끝에 몰렸던 사자군단이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삼성이 천신만고 끝에 2패 뒤 한국시리즈 첫 승을 따냈다.
삼성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승제) 3차전에서 선발 장원삼의 6과 3분의 1이닝 2실점 호투와 구원진의 철벽 계투 속에 두산 유격수 손시헌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결승점을 빼내며 3-2로 승리했다. 4차전은 2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두산과 삼성은 4차전 선발투수로 각각 이재우와 배영수를 올린다.
안방인 대구에서 뜻밖의 2패를 당하며 먹구름을 드리웠던 삼성은 시리즈 전적 1승2패를 만들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초반 2연패를 당한 팀은 16번 나왔지만, 역전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2007년 SK뿐이었다. 나머지 15번은 2연승을 거둔 팀이 모두 우승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먼저 2승을 거두고도 시리즈를 역전당한 팀은 2007년 두산이었다.
이날 경기는 양 팀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장원삼(삼성)과 유희관(두산)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경기 전 평가는 두산의 우세. 장원삼이 올해 두산을 상대로 정규리그 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했지만 유희관은 5경기 2승1패 1.91로 더 좋았기 때문. 여기에 유희관이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에 오르는 등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83으로 ‘짠물피칭’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던 점도 한몫했다.
3회까지 선발 투수의 호투로 0의 균형이 유지됐다. 팽팽한 분위기를 먼저 깬 것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4회 선두타자 박석민의 2루타와 최형우의 안타, 이승엽의 볼넷 등으로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후속 타자 박한이가 유격수쪽으로 병살타성 땅볼을 날렸으나 손시헌이 이를 흘렸다. 토스를 받은 2루수 오재원까지 공을 더듬는 사이 3루 주자 박석민이 홈을 밟고 주자들이 모두 살았다. 이어 터진 이지영의 희생플라이로 삼성은 점수 차를 2-0으로 벌렸다. 이 과정에서 두산 선발 유희관이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한 이닝에 두 번 오르는 실수를 저질러 강판당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육상부’를 자랑하는 두산에 비해 기동력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은 삼성은 7회 ‘발야구’로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박한이가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희생번트로 2루에 나갔다. 이어 평소답지 않게 과감한 3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후속타자 정병곤이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배영섭 타석 때 나온 홍상삼의 폭투로 기어이 홈을 밟았다. 류중일 감독도 “박한이의 3루 도루가 승리에 결정적이었다”고 칭찬했다.
패색이 짙던 두산도 7회 홍성흔의 솔로포와 오재원의 2루타로 장원삼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뒤 손시헌이 바뀐 투수 안지만에게 적시타를 뺏어내며 3-2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동점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장원삼은 안지만이 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실점이 2점으로 늘어났으나 6과 3분의 1이닝 동안 4안타 1볼넷만 내주는 호투로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내며 데일리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장원삼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평균자책점 0.69)을 챙기며 팀 우승에 크게 공헌한 바 있다. 장원삼은 “특별히 큰 경기에 강한 것은 없다. 오늘까지 내주면 분위기가 두산쪽에 확 기울기 때문에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집중했던 게 주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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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의 투수 오승환(오른쪽)이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마무리로 등판해 팀의 3-2 승리를 지켜낸 뒤 마운드에서 포수 진갑용과 신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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