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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화이' 박해준 "아직 나는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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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26 10:43:59 수정 : 2013-11-04 10: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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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은 한껏 풀어진 배우다. 카메라 앞에서 언제나 릴랙스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배우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박해준은 앞으로 더욱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장준환 감독)

“충무로 대세 박해준. 꽃미남 배우의 탄생.”(배우 조진웅)

“박해준은 준비된 탄환이다. 영화에서 총잡이 아빠 역할을 잘 소화했고, 수년간 연극무대에서 갈고 닦은, 준비된 배우다.”(배우 장현성)


화제 속에 개봉한 한국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에는 주인공 여진구의 다섯 아빠들이 등장한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충무로 특급 배우 김윤석, 각종 영화·드라마에서 명품 조연연기를 선보여온 장현성과 조진웅,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김성균, 그리고 박해준이 그 주인공들이다.

박해준(본명 박상우·37)은 다른 네 아빠들과 비교해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제작 단계에서도 그의 캐스팅을 두고 찬성보다는 반대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화이’를 통해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었던 건 일차적으로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가 한 몫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외적인 조건을 떠나서도 ‘신인배우’ 박해준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사실 등장하는 신도 많지 않고, 대사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 배우, 왠지 궁금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배우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이제야 나타난 거지?’란 궁금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 2기 장동건, 순수연극에 빠지다

박해준은 연기자들의 명문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연극원 2기 출신이다. 1기였던 배우 장동건의 뒤를 이어 ‘2기 장동건’ ‘한예종의 전설’로 불릴 만큼 학교 내에서는 꽤나 유명한 학생이었다.

“학교를 늦게 졸업했어요. 배우로 정식 데뷔를 하려고 하니 소속사 문제도 좀 겪었고, 여러 오디션도 봤지만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죠. 그리고 뭣보다 대학 동기들하고 무언극 같은 ‘실험 연극’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그때는 ‘관객이 없으면 어때? 우리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자’고 생각했죠. 서울 홍은동의 한 허름한 건물 지하연습실을 빌려서 친구들과 극단을 만들어 활동했어요. 그렇게 몇 년,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면서 연기공부 좀 했죠.”

대학로에서 공연한 카바레 연극 ‘몬스터’(2009)도 그때 나온 결과물이었다. 순수연극에 대한 도전과 실험. 하지만 현실은 배고팠다. 3년 정도 지나니 월세조차 내기도 힘들어졌고 극단을 접어야 했다. 그때 박해준에게 손을 내민 이가 유명 연극연출가이자 극단 차이무 대표인 이상우 선생이다. 박해준으로 개명하기 전, 그는 ‘박상우’라는 본명으로 배우 활동을 했다. 자신과 이름까지 같았던 연출가는 그에게 많은 기회와 가르침을 줬다. ‘올모스트 메인’(2010) ‘늘근 도둑 이야기’(2011)  ‘거기’ ‘씨 베토벤’(2012) 등은 박해준이 출연한 차이무의 작품들이다.

“연기를 하려고 학교에 들어가고 보니, 제 키나 외모가 처음에는 사람들의 집중을 좀 받았지만 나중엔 오히려 콤플렉스가 되더라고요. 제 스스로 연극과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말끔하게 생긴 친구가 무대에 서면 ‘쟤는 분명히 연기 잘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부끄럽고 숨고 싶고 심지어는 망가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차이무 작업을 하면서 달라졌어요. 이상우 선생님은 저의 그런 어눌하고 허당기 있는 모습을 더 드러내길 원하셨죠. 그 이후부터는 연기에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 바람이 분다. 연기의 맛을 알았다.

박해준은 스스로에게 ‘신인배우’라는 호칭을 붙였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 필모그래피에도 영화 ‘화차’(2012)와 ‘화이’(2013) 딱 두 편만 등장한다. 스크린 위에서는 ‘초짜 신인’이 맞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로운 각오로 매일 연기와 마주하고 있단다.

변영주 감독의 ‘화차’에 캐스팅된 건 한 마디로 행운이었다. 7년 열애 끝에 2011년 같은 학교 출신 후배 배우 오유진과 결혼했다. 가장이 되고 나니 연기에 임하는 마음도 더 절실해졌다. 

“어느 날 친구가 ‘화차’ 오디션을 보러가라고 추천해줬어요. 영화가 뭔지도 잘 몰랐고, 그전에 오디션에 떨어진 경험도 많아서 합격할 줄 몰랐죠. ‘화차’ 찍고 나서는 지금 몸담고 있는 소속사 추천으로 ‘화이’ 시나리오를 읽게 됐죠. ‘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기에 욕심을 좀 부렸어요. 어떤 분들은 제가 인맥이나 연줄이 있어 캐스팅된 거라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런 것 없었어요. 그냥 ‘맨땅에 헤딩’한 거죠.(웃음)”

‘화이’는 참여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었다. 대선배 김윤석을 비롯한 많은 연기 선배들과 매일 현장에서 만나 연기에 대한 기본부터 다시 연구했다. 신기하게 다섯 아빠들 모두 연극에서 영화로 옮겨온 사람들이었다. 대화가 잘 통했다. 새로운 장르로 옮겨가니 연기의 '진정한 맛’도 느낄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술자리로 이어졌고 연극과 영화를 주제로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말없이 표적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냉혹한 총잡이 킬러. ‘화이’에서의 박해준은 그렇게 관객들의 뇌리에 박혔다. 남성다운 선 굵은 카리스마 속에 가슴 아픈 비밀을 간직했을 것 같은 처연함이 숨겨져 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는 질문에 “좋은 배우”라며 짧게 답했다. 좋은 배우. 그 이상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박해준이란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다만 작품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무대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먼 훗날, 배우로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연기적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김윤석·송강호 등 충무로에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선배님들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연기가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늦은 나이에 데뷔한 만큼 주연이든, 조연이든 작품 속에 잘 녹아드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얼굴이 아니라 작품으로 기억되는 배우요.”

-박해준 프로필-

출생: 1976년 6월14일
신체: 184cm, 75kg
특기: 수영, 농구, 족구
취미: 산책, 등산, 사색, 버스타고 아무데나 내리기, 안 가본 길 가보기. 볼펜 굴리기, 이빨 사이로 휘파람 불기.
영화 데뷔: 2012년 영화 ‘화차’
주요활동 : 영화 ‘무명인’(2014년 1월 개봉 예정)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영화 ‘화차’(2012)
연극 ‘거기’ ‘씨 베토벤’(2012)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2011)
연극 ‘올모스트 메인’(2010)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에이로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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