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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 저버린 ‘막장 삼남매’

입력 : 2013-10-11 19:19:46 수정 : 2013-10-12 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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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장례 후 부의금만 챙겨 증발
시신 5개월째 방치… 경찰 “사법처리”
지난 5월7일 새벽 대전 을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병원에서 폐렴 합병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다 이틀전 사망한 유모(68·여)씨의 발인을 앞두고 유족들이 연기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3일 내내 빈소를 지키던 3남매 등 10여명의 유족만 종적을 감춘 것이 아니었다. 장례용 물품과 함께 조문객들이 낸 부의금함도 깨끗히 비워져있었다. 온다던 운구차는 아예 병원에 들어서지 않았다.

병원에 내야할 두달여의 입원·치료비 700만원과 장례비용 300여만원도 결제하지 않아 고스란히 외상으로 남았다.

이상한 낌새를 챈 병원측이 뒤늦게 유씨 자녀들의 연락처로 수소문했으나 행방은 묘연했다. 시신을 안치실로 다시 옮기고 사기 혐의로 유족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행적을 쫓은 끝에야 얼마전 가까스로 통화가 됐으나 이들이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내팽개치고 증발한 사연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들에 대해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서로 상대방이 부의금을 챙겨갔다고 주장할 뿐 출석을 미뤄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식들의 외면으로 현재 유씨 시신은 5개월 넘도록 안식의 길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병원 안치료도 벌써 500여만원이나 쌓였다.

막장 드라마 같은 자녀들의 행동에 경찰과 병원측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돈이 없어 병원비를 떼어먹고 도망가는 일은 종종있지만 여러 명이나 되는 자녀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차가운 안치실에 두고 어떻게 하나같이 나몰라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일단 부의금으로 병원비와 장례비용이 모자라게 되자 세자녀들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다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14일 이들이 출두키로함에 따라 천륜을 저버린 경위를 조사한 뒤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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