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뭉치며 더 많은 부 축적
![]() |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박세연 옮김/열린책들/2만원 |
억만 장자 갑부의 삶과 생각은 어떨까. 부자들 가운데 상위 0.1%에 해당하는 인사들에 대해 대개는 호의호식하며 인생을 즐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국의 여류 저널리스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가 쓴 ‘플루토크라트’는 이같은 일반의 통념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보인다. 기자 경력 30여년의 프릴랜드는 부자들의 삶을 역발상으로 추적하며, 저널리스트의 독특한 시각을 보인다. 덕분에 유력 경제 전문지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2012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전 세계에 걸쳐 200여 만 부가 팔렸다. ‘플루토크라트’란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플루토스(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크라토스(Kratos)가 합쳐진 말.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부유층’이란 뜻이다.
플루토크라트는 대부분 표면적으론 대중친화적인 모습으로 보이도록 노력한다. TV에 비친 스티브 잡스는 보통 검정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사업설명회 땐 후드 티를 즐겨 입곤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워런 버핏처럼 거액의 기부로 유명한 억만장자도 대개 그렇다. 실제로 그들은 형식적인 데는 돈을 쓰지않는다. 0.1%인 극소수의 이들이 현대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않고선 현대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선 저자는 이들에게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대중친화적으로 치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들은 대중과 동떨어진 집단이고, 과거보다 더 폐쇄적이다.
경제 학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경제가 발달할수록 소득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현대에 들어 유례없는 소득 불평등 시대에 있고,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다시 말해 파이는 커졌지만 슈퍼엘리트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조각을 점령해가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뒤에는 정부가 있다. 이들이 슈퍼엘리트로 성장하도록 밀어준 원인 중 하나는 각국 정부라는 것이다. 이들이 역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저자는 “민영화를 최종적으로 책임진 주체는 정부이며, 민영화는 세계적인 슈퍼엘리트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고 꼬집는다.
![]() |
부자들 가운데 상위 0.1%에 해당하는 극소수 사람들은 탐욕스럽기도 하지만 더 열심히 일하고 고민한다는 측면도 있다. 사진은 왼쪽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건희, 故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
저자 프릴랜드는 1%도 아닌 상위 0.1% 계층에 주목한다. 그는 부의 집중이 극심해진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연구 없이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오늘날의 부자들은 과거의 부자들보다 더 부지런히 일하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혁명적인 경제의 지각변동 와중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국민들보다는 뉴욕·런던·도쿄·뭄바이에 사는 부자들과 더 공동체를 이루며,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갑부들의 삶은 99.9%의 대중이 힘들게 사는 지구상에서 그리 안락한 삶은 아닐 것이라고 저자는 꼬집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로 인해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비판만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