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정원제의 첫 수혜자는 81학번이었다. 캠퍼스가 늘어난 학생들로 북적였다. 졸업정원제가 학생들을 옥죄는 굴레로 작용했다. 학점 평균 2.0(C학점) 이하의 학사경고를 2회 연속 받거나 총 3회 받으면 자동 제적처리됐다. ‘학사경고’ 도장이 찍힌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의 불안감이란. 그렇지만 성적 미달로 제적되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도피용 군입대를 하거나 휴학하는 학생이 많았다. 속출하는 부작용은 제도의 수명을 단축했다. 중도 탈락 학생의 편입학·복교 기회가 거의 없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엄청나게 는 대학생은 정권에 부담이 됐다. “군부정권 퇴진” 목소리가 커졌고 “졸업정원제 폐지”가 시위의 단골 구호로 등장했다.
졸업정원제가 외려 역효과를 낸 것은 아이러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졸업정원제는 1987년 폐지됐다. ‘짤린’ 학생들도 대부분 구제됐다. 졸업정원제 하에서 늘어난 정원은 제도 폐지 후 거의 그대로 입학정원으로 굳어져 386세대가 수혜를 입었다.
386세대는 이제 대입수험생을 둔 학부모다. 그러나 선호도가 높은 대학의 정원은 예전보다 크게 줄고 수험생은 많아졌다. 서울대만 해도 1983년 입학정원이 6526명이었지만 2014년엔 3169명으로 반 토막 났다. 주요 대학의 2014학년도 수시 경쟁률은 20∼30대 1이 기본이다. ‘인(in) 서울(Seoul) 대학’이 곧 서울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386세대가 자신들만큼 좋은 대학 못간다며 자녀를 타박하는 건 조금은 염치없는 행동인 것 같다. 지금의 입시환경은 386세대 시절과는 딴판이다. 요즘 수험생들은 시대운을 지지리도 못 타고난 박복한 세대지 않은가. 대학입학에서는 실력 못지않게 시대운도 중요한 것 같다.
김환기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