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젊은이들 생각은 다르다. 세계일보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남미·중동 지역 한국문화원들의 도움을 받아 이 지역 10∼30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사회·경제적 이유보다 K-팝의 독특한 음악적 매력 때문에 한국 문화 열성팬을 자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팝 전문가들도 서구권 주류 음악과는 차별화된 역동적인 무대와 남다른 음악적 아우라부터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팝은 한번도 경험 못한 굉장한 음악”
아시아에 국한됐던 K-팝이 5년 전부터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 등장이었다. 남미와 중동 지역 K-팝 팬 대부분은 위성TV나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음악을 처음 접했다고 답했다. 아르헨티나 슈퍼주니어 팬클럽인 ‘아토아르헨티나’ 운영자 후안 파블로(30)는 “200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락실 댄스 기계 ‘펌프’에서 흘러나온 K-팝을 들은 뒤 열성팬이 됐다”며 “이후 유튜브를 통해 최신 K-팝을 찾게 됐고 페이스북 친구들과 슈퍼주니어 멤버들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K-팝의 가창력과 춤, 무대매너, 패션스타일 모두 굉장(awesome)하고 세련(cool)됐다고 평가했다. 요르단 암만의 로즈 샤반(23·여)은 “한국 가수들은 긴 연습생 기간에 혹독한 경쟁과 트레이닝을 거친다고 들었다”며 “2PM, 동방신기의 노래와 춤을 보면 이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로레나(31·여)는 “빅뱅의 음악적 퀄리티에 반했다”며 “멤버 모두 노래와 패션, 무대연출 등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대단한 뮤지션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음악 실력만으로 K-팝 가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사는 와르다 살레흐 압둘라(24·여)는 “한국 가수들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점이 놀랍다”며 “새로운 음악과 패션, 심지어 새로운 언어에까지 도전하는데 이 같은 모습은 내 인생에도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에스테파니아 피게로아(31·여)는 “그들은 최고의 자리에서도 늘 팬들을 잊지 않고 ‘사랑한다’고 속삭인다”며 “이 같은 겸손한 태도가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K-팝 이외 한국 문화 전부를 알고 싶어”
하지만 K-팝이 스타 중심의 댄스음악에 편중돼 있고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파블로는 “지난해 칠레 공연에서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를 부른 다비치가 특히 인상에 남았다”며 “K-팝 가수들이 해외진출 시 그 나라의 음악적 취향과 스타일을 차용한다면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K-팝이 이미 세계 팬들 요구에 맞게 진화를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CJ E&M의 김현수 컨벤션사업팀장은 “‘식상하다’와 같은 평가는 철저히 기성세대의 관점”이라고 잘라말했다. 김 팀장은 “세계 젊은세대가 K-팝에 열광하는 것은 서구 팝음악에서는 찾기 힘든 오디오·비주얼을 모두 갖춘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어서다”며 “지금은 누가 일방적으로 대중문화 콘텐츠를 공급하기보다는 수요자가 능동적으로 찾아다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실제 남미의 K-팝 팬들은 한국어 등 한국 문화를 배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 파울라 페르난데스(24·여)는 “지난해부터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추석 등 한국 명절이 되면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송편빚기 같은 한국 문화 체험 행사도 갖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드라마·가요 위주의 콘텐츠를 한국 문화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팝(POP)의 어원은 사실 대중문화”라며 “현재 무르익은 K-팝 팬덤을 바탕으로 보다 세계화할 수 있는 한국의 뷰티, 컬처,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민섭·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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