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데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어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법원과 고용부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사법부와 행정부의 충돌로 비춰지고, 그로 인한 혼란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부담이다. 통상임금 논란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재계와 노동계의 전면전으로 확대될지는 사법부와 행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노사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묘수를 짜내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노사, 첨예한 시각차가 문제
지난 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도 드러났듯이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의 정의와 요건, 노사합의 여부, 기업의 부담 정도, 경제적 파급력 등이다.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이라는 통상임금의 정의에 대해 노사 양측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통상임금의 ‘정기성’에 대해 재계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한정하고 있다. 연 600%, 800%의 상여금처럼 2개월, 3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것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뜻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임금지급 기간 최대단위를 1개월로 규정했기 때문에 1개월을 넘으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연봉제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돼 있듯 2개월, 3개월 단위로 ‘정기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고정성에 대해서도 재계는 근무일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근로계약을 맺을 때 이미 기본급 얼마에 상여금 몇 % 등으로 확정하고 있고, 근로자의 성과나 기여도와 상관없이 금액이 정해져 있어 통상임금 요건에 부합한다고 맞선다.
양측이 주장하는 경제적 파급력도 시각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대법원과 고용부를 가장 압박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재계는 경총 자료를 근거로 고정상여금과 기타수당을 포함하게 될 경우 지난 3년간 소급분과 앞으로 1년간의 비용으로 기업들이 38조원을 부담해야 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 40만개가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노동계는 한국노총의 집계 결과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4조∼5조원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산한 금액은 21조9000억원이다.
◆사법부, 행정부의 묘수는?
지금까지 각급 법원의 판결 결과를 보면 판결 잣대는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 있다. 지난 8일에도 서울남부지법에서 식대·후생복지수당·교통비·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1∼12월 쯤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 갑을오토텍 노사의 소송은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이 각각 상여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전원합의체에서 기존 판결들을 뒤집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적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현재 대법원을 비롯해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160여개 유사소송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그동안 못받은 수당을 되찾으려는 근로자들의 줄소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공개변론에서 대법관들은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꼼꼼히 따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법원 윤성식 공보관은 “경제적 영향에 대한 양측 주장이 워낙 엇갈려 사실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 것 같다”며 “상여금이나 복리후생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는 고정적이냐, 일률적이냐는 법리적 판단을 기초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노무법인의 김혜란 노무사는 “어느 한쪽 편을 들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통상임금의 정의를 다시 정립하는 방향으로 나올 것 같다”면서 “포괄적이었던 정기성, 일률성의 정의를 보다 구체화할 것 같다”고 관측했다.
고용부 자문기구로 출범한 임금제도개선위원회의는 이달 말 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12명의 위원간 견해차가 커 단일안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두 개의 복수안을 만들어 큰 방향을 제시하면 그것을 토대로 정부가 노사 의견을 수렴해 정부안을 만들고 입법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임금제도개선위는 법원처럼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다, 아니다’라고 단정짓지는 못하고 통상임금의 기준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확대로 대기업과 정규직 근로자만 혜택을 보고, 중소기업은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도 고용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판례와 노사 관행, 임금체계 개선 및 근로시간 단축, 고용 창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정위에서 논의하고 국회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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