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김가은(24)은 최근 막을 내린 SBS TV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날라리 일진’ 여고생 ‘고성빈’을 훌륭히 소화했다. 방송 초반, 조사를 제외한 모든 대사가 효과음 ‘삐~’로 처리됐을 지경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고등학생이 당차게 욕설을 퍼붓는 모습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다.
김가은은 “머리도 노랗고 욕도 하고…. 날라리 이미지가 너무 강하잖아요. 또 TV에서 욕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보는 분들이 저를 싫어할까봐 걱정이 됐죠. 너무 세지 않고 발랄하게 보이고자 노력했어요.”
극중 배역과 닮은 구석도 있다. “‘욱’ 하는 성격도 비슷하고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을 앞장서서 모을 정도로 활달한 점도 닮았지만, 그렇다고 날라리는 아니었거든요. 가출도 한 번 안 해봤어요”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해봤던 가장 큰 일탈은 “친구들과 머리끝만 살짝 염색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위해서는 “머리를 노랗게 하려고 생애 처음으로 탈색을 네 번이나 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외형은 그렇게 완성했지만 욕을 해대는 장면은 쉽지 않았다. “고등학생, 더구나 날라리 여고생이니 욕이 자연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너무 억양이 세면 이미지가 거칠게 보일 것 같았어요. ‘SNL코리아’ 김슬기씨 욕을 많이 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재미있는 욕을 찾기도 했죠”라고 전했다.
“그래도 법정 신은 너무 힘들었어요. 성빈의 모습이 나오기도 해야 했고 욕도 너무 길었거든요. 하지만 한 번 NG가 나면 다시 해야 하니 거침없이 퍼 부었어요”라며 웃었다. “영화에서는 욕하는 게 종종 있지만 드라마는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걱정보다는 이때다 싶어서 시원하게 했죠. 나중에는 스태프들도 좋아해주더라고요.”
데뷔 5년째이지만 아직 얼굴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인기 드라마여서 ‘욕설 탤런트’로 이미지가 굳어져 버릴 수 있다. 김가은은 “그런 고민은 아직 없어요. 아직도 ‘고성빈’이라는 캐릭터로 봐주는 분이 많아서 이득일 때도 있고요. 모든 장면에서 다 실제로 욕을 했어요. 대본에는 ‘××’라고 표현돼 있지만 자연스러워야 하니까. 처음 대본 리딩을 갔을 때도 욕을 해야 했죠. 그때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오디션을 보는데 처음 뵙는 감독님께 욕을 해도 괜찮나 싶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막해야 하는 캐릭터이니 조절하지 않고 그냥(퍼부었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방송에서는 ‘야 이 ××년아’ ‘이 ×만한 년’ ‘이 ×발’ 등 완전체의 욕설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장면들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잦은 욕설을 이유로 ‘주의’ 조치했다. “저 때문에 두 차례나 제재를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뒤에는 욕설이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갑자기 착해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갑자기 욕을 안 하니 근질거리기도 하고”라며 눙쳤다.
고성빈은 거친 표현을 하는 만큼 사랑에서도 솔직했다. 극중 짝사랑남 ‘박수하’(이종석)를 향해 거침없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김충기’(박두식)의 마음은 알아채지 못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가은은 “고성빈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고백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는 절대로 그런 성격이 못돼서 공감하기 어려웠죠. 성빈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좀 더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소심한 편이거든요. 하지만 박수하를 사랑하면서도 ‘장혜성’(이보영)과 이어주는 것을 보면 여린 구석도 있는 친구죠. 충기가 없었으면 제가 더 불쌍해 보였을 거예요”라고 이해했다.
실제 고성빈이라면?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해야 한데요. 결국은 저도 충기에게 마음이 갈 것 같아요. 지난해까지의 나라면 박수하를 좋아했을 것 같은데 20대 중반이 되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무조건 여자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해요.”
드라마가 끝난 후 김가은의 머리는 단발로 바뀌었다. 머리끝이 너무 상해서 다 잘라냈다. 머리도 노랑에서 분홍빛이 감도는 색깔로 바꿨다. “처음에는 노란 머리가 적응이 안 되더니 막상 다시 염색하니 지금 모습이 낯설어요.”
조금씩 고성빈을 벗는 중이다. 다행인 것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연기에 욕심이 커졌다. “이 드라마로 이름을 조금 알렸어요.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좀 더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색깔 있고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SBS 공채탤런트 11기로 입사하면서 천천히 가도 기회가 생기니 안주하려는 심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기회가 오니 점점 욕심이 나요. 로맨틱 코미디나 시트콤 등 좋은 캐릭터라면 닥치는대로 연기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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