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이 여행이다. 집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낯선 곳은 많다. 언제나 나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볼 것만 보고 들을 것만 들었다. 새로운 것이 있다 해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어쩌다 ‘꿈꾸는 그것’이라 해도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내 안의 변덕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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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의 ‘상상 여행’ (니금지에 채색) |
긴 장마로 습기에 젖은 도시를 뒤로하고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으면 세상은 어느새 뽀송뽀송하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도 시원한 여행이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과 노선을 선택하면 그렇다. 만족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성급하고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귀 기울여 내면 아이의 작은 욕구를 들어주면 된다.
내가 살던 곳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을 잊고 낯선 것들을 만나는 것이다. 여행의 경험은 긴장의 끈을 당긴 채 이뤄진다. 자신을 소비하는 시간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창작의 소재를 찾고 예술적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자 하였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 중에는 내가 살았던 세상이 작게 느껴졌지만,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작고 낡은 나의 침대가 좋았다. 며칠은 여행 갔다 온 이야기로 신이 났다. 여행지에서 샀던 지도와 책들을 마치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처럼 자랑스럽게 책꽂이에 꽂았다. 언젠가 생활이 권태롭게 느껴지면 꺼내어 다시 그때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처럼.
틈만 나면 무더위에 에어컨만 찾고 있는 나 자신에게 배낭 메고 여행을 떠나자고 안달이다. 올여름 휴가는 방안에 콕 박혀 지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기꺼이 상상만으로 신나는 여행을 꿈꾼다. 내면 아이 랄라가 오색 풍선을 타고 멀리 떠나는 장면을 고급 금색종이(니금지 泥金紙)에 그려봤다. 상상은 자유니까.
김현정 www.kimhyunjungtal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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