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화면 속에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8월5일 화성에 도착한 나사의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1년간 보내온 영상을 간추린 것이다.

◆큐리오시티…지난 1년의 행적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착륙한 지 1년이 됐다. 나사 연구진은 이를 기념한 영상을 게시하면서 “큐리오시티는 우리가 계획한 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는 지금까지 나사의 연구 결과가 세계 각국에서 준비 중인 우주 탐사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큐리오시티의 성과는 2020년 달에 탐사 로봇을 보낼 계획인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도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사의 발표에 따르면 큐리오시티가 지금까지 보내온 자료량은 약 190기가바이트(GB)로, 2시간짜리 고화질 영화 90여편 분량에 해당한다.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다양한 크기의 화성 사진 7000여장과 화성의 토양, 암석에 대한 화학 성분 정보 등이 담겨 있다. 이 정보를 얻기 위해 큐리오시티는 총 1.6㎞를 이동하며 7만5000여발의 레이저를 화성 바닥에 쐈다.
빙글빙글 돌면서 탐사를 한 탓에 실제 이동거리는 58m에 불과하다. 나사에 따르면 큐리오시티는 최근에서야 착륙 지점 인근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처음부터 목표로 삼았던 목적지인 샤프산(Mount Sharp)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사는 앞으로 큐리오시티를 지난 한 해 움직인 거리의 5배 더 이동시킬 계획이다.
◆탐사로봇 통해 화성의 물 확인
게일 분화구에 착륙한 것을 시작으로 탐사활동을 벌인 큐리오시티는 다양한 정보를 가져다 줬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성과는 바로 화성에 한때 물이 있었고, 지금도 내부에는 다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큐리오시티는 지난 2월 화성 착륙 후 처음으로 바위를 뚫고 화성의 암석을 분석했다. 그리고 암석 안에 생명체의 전제조건인 수소와 탄소, 산소를 검출해냈다. 화성에 한때 물이 있었다는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 나사 연구진은 큐리오시티가 전해온 암석의 화학성분 분석자료를 토대로 30억년 전 화성에 마실 수 있는 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성에 방사선량이 적다는 자료를 보내온 것도 큐리오시티의 성과 중 하나다. 덕분에 나사 등 각국 우주 연구기관은 향후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 인간이 직접 화성 땅을 밟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큐리오시티가 무사히 착륙한 것은 나사 연구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자부심이 됐다. 큐리오시티는 무게가 900㎏에 달하며 크기는 소형 자동차와 맞먹는 큰 탐사 로봇이다. 연구진은 이 로봇을 화성에 무사히 안착시키기 위해 첨단 과학을 동원했고 큐리오시티는 화성에 거대한 크레이터(운석 충돌로 인한 구멍)를 만들며 착륙에 성공했다. 큐리오시티 화성 탐사팀을 총괄하는 데이브 레이언스는 “큐리오시티를 화성에 무사히 내려놓은 것은 향후 화성 탐사 로봇 파견에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큐리오시티의 탐사활동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 3월 큐리오시티는 두 차례 의문의 고장으로 탐사활동을 일시 중단하는 ‘안전모드’로 전환됐다. 이 경우 지구와의 교신만이 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8월 현재 큐리오시티는 정상 작동하며 꾸준히 영상을 보내오고 있지만, 최근 일어난 잦은 작동 이상으로 연구진은 하루하루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나사, 2020년 새 탐사로봇 발사 예정
화성 탐사 로봇이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이자 나사는 2020년 또 다른 화성 탐사선과 탐사로봇을 화성에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나사가 발표한 ‘화성 2020’ 계획에 따르면 한층 발전된 탐사로봇이 화성에서 활동할 전망이다. ‘큐리오시티 2.0’으로 알려진 새 탐사로봇은 화성에 존재했을 미생물의 흔적 등을 찾는 데 주력한다. 큐리오시티 임무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밝혀낸 것이라면 새 탐사로봇의 목표는 한층 올라간 셈이다.
새 로봇은 화성에서 암석 샘플을 수집해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나사는 유인 화성우주선을 통해 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뿐 아니라 유럽도 탐사로봇을 활용한 우주 탐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연합 산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 우주항공 기업인 아스트리움은 큐리오시티 2.0보다 2년 빠른 2018년 자체 개발한 화성탐사로봇 엑소마스(ExoMars)를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엑소마스는 화성 지표면을 불과 몇㎝ 밖에 뚫지 못했던 큐리오시티를 개량해 약 2m 가까이 땅을 팔 수 있도록 고안됐다. 엑소마스 프로젝트 담당자 벤 보이스는 “화성 토양성분에 관한 연구를 더 면밀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2011년 11월 발사했다 실패한 첫 화성 탐사선 잉훠(螢火) 1호에 이어 또 다른 화성 탐사선을 2015∼2020년 발사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탐사 로봇을 제작해 화성에 파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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