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상 지자체 최대 규모
버려진 빌딩만 8만채 달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시가 18일(현지시간) 파산을 선언했다.
디트로이트시는 이날 185억달러(약 20조8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부채를 해결할 수 없다며 미시간주 연방 법원에 ‘챕터 9’로 불리는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이 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 파산 기록을 세웠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빅 3’의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흥망성쇠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950년대에는 인구 180만명가량이 거주하는 미국의 4대 도시로서 세계 자동차 산업을 선도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M, 크라이슬러 등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했다. GM 등은 최근 재기에 성공했으나 그 사이에 디트로이트는 인구가 70만명가량으로 줄며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사회간접시설이 무너지기도 했다.
디트로이트시에 입주자가 없어 버려진 빌딩이 8만 채에 달한다. 또 40%가량에 달하는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실업률은 7월 현재 18%에 달해 전국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미국에서 가장 중범죄 발생 비율이 높지만 범죄 신고를 하면 경찰이 평균 1시간이 지나야 현장에 도착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속속 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 2000년과 2012년 사이에 약 25만명가량이 이 도시에서 탈출했다. 산업이 죽어가고, 주민들이 떠나면서 시 재정 상태는 급전 직하로 나빠졌다.
시 정부의 부패·비리문제까지 가세했다. 2002∼2008년 재임했던 콰메 킬 패트릭 전 시장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불투명한 미래, 회생까지 산 넘어 산
이 도시의 향후 운명은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 미국에서 이렇게 큰 도시가 파산한 전례가 없다. 현재 채권자는 10만명가량에 달한다. 또 시청 공무원은 9500명가량이며 퇴직 연금을 받고 있는 전직 공무원이 2만명가량에 달한다. 시 당국이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기 때문에 법원이 파산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법원이 파산 판결을 내리면 그 다음부터는 채무자인 시 당국과 채권자들이 채무 조정 작업에 들어간다.
시청 소속 공무원의 일부 해고 및 감봉, 퇴직자 연금 삭감, 행정 민원 서비스 감축 등은 불가피하게 예정된 코스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채권 탕감 등을 통해 최대한 빚을 줄여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도시의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쉽지 않고, 고통 분담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질 것이라면서 이 시가 다시 회생하는 데 최소한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1950년대 이래 소도시, 군 등이 챕터 9로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사례가 60건에 이른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와 같은 대도시가 파산한 전례가 없어 지방채 투자자, 공공 노조 및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 등이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디트로이트 회생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오바마 대통령이 밀어붙인 구제금융으로 회생했기 때문에 디트로이트가 정상을 되찾아야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 전례처럼 디트로이트에 직접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는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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