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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국선전담변호사가 되려 하는가

입력 : 2013-07-19 14:44:10 수정 : 2013-07-19 14: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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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편견과 싸웁니다.”

최근 법정에서 만난 한 국선전담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일종의 한탄이었다. 그가 말한 편견은 ‘무성의·무관심·무능력’으로 대변되는 기존 국선변호사들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

사실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이런 이유로 국선 사건 변호를 맡기 꺼려하고 있다. 경제적 약자의 변론권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괜스레 경력에 오점을 남길까 싶은 걱정이 큰 것이다.

그런데, 기피 대상 1호였던 국선 사건을 요즘 서로 떠맡겠다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는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도대체 국선전담변호사를 택한 이들은 누구이고, 이들은 무슨 이유로 국선전담을 맡으로 하는 것일까.

◆‘여풍’ 부는 국선전담변호사

우리 나라의 국선전담변호사는 총 197명이다. 대법원의 도움을 받아 이들을 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봤다.

우선 성별로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98명, 99명이었다. 성비가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우리 나라 전체 변호사 1만5000명 가운데 여성은 2300여명 수준이다. 비율로는 여성 변호사가 15%가량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국선전담변호사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여풍’으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학력이 파악된 국선전담변호사는 195명이었다. 출신학교는 전국 27개 대학이나 됐다. 예상대로 이들 중 서울대 출신자가 3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가 27명, 고려대가 24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 뒤로는 이화여대(16명), 부산대(15명)가 바톤을 받았다.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이 15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지방대학 출신은 40명이었다.

독특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남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인 조대행(45·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한국철도대학을 나와 철도청에 근무한 이력이 있고, 중앙지법의 김정윤(38·〃35기) 변호사는 덕성여대 약학과 출신으로 약사면허를 갖고 있어 전문성이 돋보였다.

변호사 유입 경로를 보면 사법연수원 수료자가 93.4%(184명)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군법무관 출신은 5.1%(10명), 로스쿨 출신은 1.5%(3명)에 불과했다. 연수원 출신의 경우 31∼40기가 132명으로 가장 많았고 41기 이하가 26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국선전담변호사들의 평균 나이는 40.7세였다. 연령대별로는 ‘젊은피’인 30대가 116명으로 가장 많았다. 40대는 44명, 50대가 21명, 60대가 9명으로 뒤를 이었고, 20대도 7명이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전국 국선전담변호사 중 가장 나이가 적은 변호사는 서울고법 소속 김진경(27·여·연수원 42기) 변호사였다. 서울고법 소속 정신동(68·연수원 9기) 변호사는 전국 국선전담변호사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들은 왜 ‘국선’의 길을 택했나

국선전담변호사가 된 이유 역시 100인 100색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형사사건이 좋아서”라는 말이 많았다. 실제 로펌 소속이거나 개인사무소를 차린 사선변호사의 경우 형사사건을 맡는 일은 많지 않은 편이다. 사선변호사 업무의 대부분은 재산·가족 관계 분쟁을 처리하는 민사사건이 주를 이룬다. 형사법에 자신있는 젊은 변호사라면 국선전담으로 뛰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경력 법관 임용시 혜택도 국선전담의 길을 가는 이유로 꼽혔다. 사법연수원에서 판·검사로 곧바로 임용되지 못했다면 국선변호사로 몇 년간 활동한 뒤 판사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법연수원 성적이 상당히 우수한 젊은 인력들이 몰리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드라마에 나오는 ‘무능한 국선전담변호사’란 이미지는 극적 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사명감’에 따라 국선전담변호사를 택하는 법조인도 있었다. 이는 판·검사에서 퇴직한 후 “이제는 변호사로서 피고를 변론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원한 경우가 많았다. 국선전담변호사제를 이용하는 피고인의 주류가 노숙자·기초수급자 등 소외층이다보니, 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에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국선전담변호사 A씨는 “로펌의 대표급으로 활동할 수 있는 변호사 중에서도 국선전담에 뛰어든 분들이 있다”면서 “일종의 봉사개념으로 일을 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동기로 국선전담변호사가 됐지만 소송에 시달리고 난 이들을 위로해주는 말은 한결같이 똑같다. 바로 “고맙다”는 피고의 인사말. 선고가 끝나고 피고인 중에 드물게 전화나 편지를 걸어오면 그동안의 고생이 모두 날아간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국선전담변호사 B씨는 “재판이 끝나면 연락조차 하기 싫을 텐데도 잊지 않고 전화를 걸어온다”면서 “피고에게 억울한 면은 없는지 끝까지 들어줘야한다”라고 말했다. 박현준·이희경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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