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라이트는 삼성 라이온즈와 벌인 플레이오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를 보이던 롯데는 5차전에서 터진 펠릭스 호세의 극적인 끝내기 스리런포로 벼랑 끝에서 탈출한 뒤 6차전까지 잡고 시리즈 전적 3승3패를 만들었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7차전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기록될 명승부로 꼽힌다. 또한 최악의 난동 사건이 벌어졌던 경기로 기억되기도 한다.
호세는 0-2로 끌려가던 6회초 노장진을 상대로 추격의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때 홈으로 들어오던 호세를 향해 삼성팬들이 오물을 투척했고 이에 발끈한 호세가 방망이를 들고 맞서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박정태를 중심으로 한 롯데 선수단은 호세가 퇴장명령을 받자 곧바로 짐을 챙겼다.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잔뜩 격양된 선수들은 구단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지난 26일 '응답하라 1999' 챔피언스데이를 맞이해 사직구장을 찾은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14년 전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마 위원은 "만일 우리 팀이 수비였다면 1명을 반드시 그라운드에 남겨두고 떠나야 했지만 공격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진짜 경기를 그만 둘 생각은 아니었다"는 것이 마 위원의 설명이다.
마 위원은 "지금 화면을 보시면 알겠지만 나는 계속 헬멧을 쓰고 다음 타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대로 우리가 짐을 싸서 나갔다면 몰수게임패를 당해 그럴 수는 없었다"고 웃었다.
상황이 정리된 뒤 곧바로 타석에 들어선 마 위원은 노장진에게 동점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격한 세러모니와 함께 홈을 밟은 마 위원은 헬멧을 내동댕이치며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마 위원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홈런을 쳐야겠다는 것이 첫 번째였고 나도 퇴장을 당해버릴까라는 또 다른 한 가지였다"며 "호세가 퇴장을 당했는데 나까지 빠지면 질 것 같았다. 역전 홈런을 친 뒤에는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임수혁의 9회 대타 동점 투런포까지 더해진 롯데는 연장 접전 끝에 삼성을 따돌리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어렵게 올라간 한국시리즈에서는 한화 이글스에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마 위원은 "당시 우리 팀이 잘 되려면 비가 좀 왔어야 했는데 한국시리즈 때 비가 안 왔다"며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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