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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화가가 함께 가는 新실크로드] 화가의 눈으로 본 둔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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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6-26 19:09:00 수정 : 2013-08-22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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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만을 이정표 삼아 동서로 오가던 사람들
사막의 도량 막고굴서 안녕을 빌고 빌었을터
시공을 거슬러 거슬러 나도 그들이 되어본다
고비사막은 ‘비워진’ 풍경이었다. 노을이 붉었고 대지는 모래 먼지로 황량했다. 혜초가 지나간 길이었다. 열 몇시간을 밤새 달려온 기차는 둔황역에 멈추었다. 쏟아져 내리는 중국인들 사이로 박상우 선생과 나는 한보따리씩 이고 지고 떠밀려 내렸다.

한여름이었던 시안과 란저우 날씨가 둔황역에 내리면서 머쓱해졌다. 차가운 모래바람이 얼굴을 후비고 지나갔다. 전날 차창에 얼굴을 박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몽롱함이 일순 어디론가 사라졌다. 1300년 전 이 모래바람에 혜초는 달 밝은 밤에 쓴 편지를 고향 계림으로 날려 보냈다.

나는 17호 막고굴에 오래 머물렀다. 천년 넘게 왕오천축국전이 있었던 곳이다. 막고굴은 명사산 기슭 절벽에 파놓은 수백기의 석굴사원이다. 오직 죽은 사람들의 해골만을 이정표 삼아 서쪽으로 가는 사람, 동쪽으로 오는 사람들은 막고굴에서 자신의 안녕을 빌고 빌었다. 나는 톈산산맥 남로를 따라 투르판과 쿠차를 넘어 카슈가르까지 갈 것이다. 시공을 넘어 나도 그들이 되어 본다.

막고굴에서 나오니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한족인가 장족인가? 위구르족일지도 모른다. 한낮 인간의 모습은 뒤죽박죽이다.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 둔황 막고굴 앞에서 한 아이가 바람 속에 울고 있었다. 아이의 젊은 엄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 바람 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가 이인

▲1959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15회 개인전과 국내외 단체전을 통해 강건한 조형으로 인간 내면을 풍경 형상화. 국립현대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외교통상부, 통영시 등에 작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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