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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개인정보 보호는커녕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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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행정서류 서식서 주민등록번호 기재란 없애
1년 넘도록 경찰청 소관문서 옛서식 그대로 사용
서울청도 매한가지… 본지 취재후 일부 뒷북 교체
지난해부터 행정기관 제출서류 중 일부가 생년월일만 쓰도록 양식이 바뀌었는데도 경찰은 주민등록번호까지 모두 적는 이전 서식을 그대로 사용해 수사기관으로서 대국민 인권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느 기관보다 국민의 인권을 중시해야 할 경찰이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서류 서식 제도 개선에 역행한다는 비난마저 제기된다.

21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 서류에 주민등록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적도록 해당 법령을 개정해 시행 중이다. 10개 부처 소관의 대통령령 21개, 부령 22개가 일괄 개정돼 156종의 서식에서 주민등록번호 기재란이 없어졌다.

경찰청 소관 문서는 총 29개가 바뀌었지만 1년이 넘도록 홈페이지에서 바뀐 서식을 찾아볼 수 없다. 경찰청 신고민원포털에서는 변경된 29개 서식 중 15개를 내려받을 수 있는데, 생년월일만 적도록 돼 있는 새 서식은 ‘도로공사 신고서’ 하나뿐이다. 반면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서’, ‘긴급자동차 지정신청서’ 등 14개 서식은 이전 서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식이 바뀐 사실을 모르는 민원인은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서식을 내려받을 경우 적을 필요가 없는 주민등록번호를 써야 한다.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하고자 할 때 관할경찰서에 제출해야 하는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서’의 옛 양식(위쪽)과 새로운 양식.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지난해 5월 개정해 주민등록번호 대신 생년월일만 적게 했으나 경찰청은 홈페이지에 옛 양식을 올려놓았다.
경찰청 홈페이지
경찰청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있는 ‘경비업 허가 등 관련 서식 종합’이라는 문서 또한 마찬가지다. 생활안전과에서 지난달 20일 올린 이 문서에는 경비업과 관련해 경찰에 제출해야 하는 신고서 양식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허가증재교부 신청서’, ‘경비업 폐업·휴업·영업재개·휴업기간연장 신고서’, ‘무기대여 신청서’는 지난해 5월 경비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서식이 바뀌었는데도 주민등록번호 기재란이 있는 옛 서식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해당 부서 한 관계자는 “직원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민원인이 옛날 서식을 작성해 가져와도 처리과정에서 새 서식으로 교체해 준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세계일보 취재팀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 경비업 관련 서식을 개정 서식으로 바꿔 올리고, 신고민원포털의 서식도 교체하는 등 ‘뒷북행정’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이전 서식을 사용하기는 경찰청과 마찬가지다. 개정 대상에 포함된 양식 중 14개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데, 이 가운데 13개는 주민등록번호 기재란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울청의 서식 다운로드는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에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각 경찰서 홈페이지에서도 이전 서식을 다운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청의 한 관계자는 “각 부서에 1년에 서너 차례 공문을 보내 홈페이지에서 개편해야 하는 사항이 있는지 확인한다”면서 “하지만 민원서식을 새 양식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청의 서식은 취재 이후에도 교체되지 않고 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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