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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의 멋’, 베니스에 초대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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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작가, 세계 최고 미술 축제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오는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의 베니스 섬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미술 축제인 2013 베니스비엔날레. 지금 그곳에서는 한지를 사용해 만든 한국 작가의 대작이 전시 중이다.

2013 베니스비엔날레 특별관에서 전시 중인 서정민 작가의 작품. 1500호 크기의 대형 캔버스에 둥글게 말려진 한지 조각을 이어붙인 것이다.
서정민(52) 작가가 공개한 이 작품은 500호 크기의 작품 3개를 연이어 붙인 전체 1500호 크기의 대형 캔버스에 둥글게 말려진 한지 조각을 이어붙인 것이다. 한눈에 봐도 공력이 대단히 많이 투여된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서 작가는 지난 1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작품을 완성했고, 비엔날레 주최 측에 출품 신청서를 보내 지난해 12월 초 주최 측으로부터 전시 초청을 받게 됐다.

서 작가는 개인전만 18번 가진 중견작가지만 사실 국내 화단에 널리 알려진 ‘스타작가’는 아니다. 그는 주로 먹으로 쓴 한지 종이들을 압착해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고, 측면을 잘라 만든 조각을 작품화면에 붙여 연결한 작업들을 해왔다. 한지를 말고 붙여 만든 조형으로 동양화의 기운 생동한 에너지를 표현한다. 한지를 말아서 자르면 남는 글씨부분이 작품 안에 이어져 선을 만들어낸다. 의도적으로 노란, 파란색 등 색이 있는 한지를 이용해 작품의 변주를 더한다. 

서정민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인 베니스비엔날레 특별관 ‘팔라조 벰보(Palazzo Bembo)’ 건물.
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베니스 특별관 전시가 열리는 ‘팔라조벰보(Palazzo Bembo)’라는 건물이다. 이번 특별전은 ‘개인적인 구축물(Personal Structures)’이라는 주제 아래 아르눌프 라이너·로렌스 와이너·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아니쉬 카푸어 등 현대미술의 전설적인 거장들이 참여했다.

서 작가는 이번 특별전 작품을 위한 작가 노트에서 “한국 남쪽 끝자락 작은 강이 흐르는 농촌마을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내가 사는 곳에는 서당이 있었다”며 “한지에 쓰인 미완성의 글씨들이 습작으로 버려지는 반복된 상황들을 늘 보며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차갑지 않은 따뜻하고 은은하며 간결한 우리 정서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재료를 실험한 결과, 현재 작업 중인 한지에 주목하게 됐다”며 “1970∼80년대 개발열풍이 불었던 ‘근대화’라는 변화 속에 파괴된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 속에서 되짚어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지 조각을 붙여 만든 작품의 확대 장면.
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에 시작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격년 전시로, 세계 비엔날레 중 가장 대표성을 지닌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55회째로, 자르디니의 중앙관과 각 국가관, 그리고 아르세날과 팔라조벰보의 전시를 포함한다.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이 각 국가별로 대표 작가를 선정해 작품을 소개하는 장이라면, 팔라조벰보 같은 특별전은 세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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