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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슴 조각' 싸고 원로·신진 작가 표절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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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중 “작품, 표절 의심되니 철거하라”
조영철 “의도적 모방 주장은 납득 못해”
표절일까 아닐까. ‘사슴 조각’을 두고 원로 작가와 신진 작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2일 서울대 미대 조소과 신현중(60) 교수 측은 조영철(33)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 설치된 작품이 표절로 의심되니 철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영철 작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의도적인 모방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신현중 교수의 ‘우제류를 위하여’(좌).조영철 작가의 ‘동물의 숲’(우).
◆논란의 쟁점은?

문제의 대상은 신 교수의 1998년 작 ‘우제류를 위하여’와 조 작가의 2012년 작 ‘동물의 숲’. 그중에서도 ‘사슴 조각’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신 교수 측은 표절의 근거로 ‘면 분할’ 기법의 유사성을 든다. 사슴 조각에 나타난 면 분할 기법은 신 교수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인데 이를 조 작가가 따라했다는 것. 이에 대해 조 작가는 “동물 몸체에 각을 잡은 것은 도시 건물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며 “해외에도 면 분할 기법을 쓴 동물 조각이 많고, 조각가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기법”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 측은 조 작가가 사슴 조각을 시작한 시점도 미심쩍다는 입장이다. 신 교수는 2008년 산행 중 낙상으로 뇌를 다친 후 기억과 언어 능력을 잃었다. 이후 재활 치료를 통해 뇌 기능의 상당 부분을 회복했지만,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치진 못하고 있다.

신 교수의 매니저 김진양씨는 “조 작가가 2008∼09년부터 사슴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신 교수의 작품 활동이 어려워진 때와 시기가 겹쳐 미혹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작가는 “2008년 첫 개인전을 하고 2009년부터 사슴 조각을 한 건 맞지만, 2005년 대학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한 결과”라며 “신 교수가 사슴 조각을 했던 시기는 1990년대고 이후에는 주로 도롱뇽 조각을 했기 때문에 내가 시작한 시기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미술계 의견도 분분한 가운데, 양측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 매니저는 “교수님이 평생을 바친 작품의 아이콘이 표절 당한 것에 대해 지인과 가족이 분노하고 있다”며 “법정 공방까지 가기보다는 조 작가가 표절을 인정하고 조형물을 철거하는 선에서 결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기법과 대상의 공통점은 있지만, 내 작품은 주제와 소재 등이 신 교수의 것과 완전히 다르다”며 “표절은 인정할 수 없고 철거도 어렵다”고 못박았다.

◆끊임없는 미술계 표절 시비

미술계에서 표절 시비는 끊임없이 불거지는 문제 중 하나다. 최근에는 미국 제9지구 연방의회 미술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한인 여고생의 작품이 표절 시비에 휩싸여 수상이 취소된 바 있다. 올 초에는 한운성 작가의 작품이 전시 도중 표절 논란에 휩싸여 전시작 9점을 철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미술 작품들이 표절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미술이 다른 예술에 비해 표절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 김병수 미술평론가는 “표절은 해당 작가가 스스로 인정하기 전까지는 해결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며 “코드와 비트로 된 음악, 단어와 문장으로 이뤄진 글에 비해 미술은 표절과 창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빈번한 표절 논란을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원작을 모방하고 패러디하는 방법으로 창작이 이뤄지기 때문에 원작과 모작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독창성이라는 것 자체가 낭만주의 시대의 유물이기 때문에, 이제는 형태나 기법의 유사성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도적인 모방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모(42) 작가는 “오랜 시간 공들인 작업을 빼앗길 경우 작가의 심리적인 타격은 엄청나다”며 “분명한 표절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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