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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시오랑 지음/김정숙 옮김/챕터하우스/1만2000원 |
“산다는 것은 너무나 외로운 것이다. 죽음의 고통 속에서 느끼는 고독감만이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동정이나 연민은 소용없을 뿐 아니라 모욕적이다. 게다가 자신이 끝없이 고통스러운 마당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불행을 동정할 수 있는가? 동정심에는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흔한 것이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팍팍해진 삶에, 청년들의 취업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청년들의 마음을 달래려 수없이 많은 멘토 서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달콤한 말들뿐이다. 염세주의 철학자이면서 가장 프랑스적 시인으로 불리는 에밀 시오랑(1911∼1995)의 신간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시오랑은 청년을 어설프게 위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절망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고 역설한다. 루마니아 출신의 에밀 시오랑은 루마니아어로 시를 쓰지 않고 오로지 프랑스어로만 썼다. 그래야 자신의 작품을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했다나? 인간과 세계의 무의미를 고발하는 이 책은 냉소적이고 염세적이며 독설로 가득 차 있다.
“감상적인 태도로 꾸미지 말고 혼자 조용히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통을 자제하면서 억지로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는 사람들은 혐오스럽다”고 말했던 시오랑이 1980대 중반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현실 세계에서 존재 이유를 찾지 못했던 시오랑은 루마니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잠시 철학 교사직을 맡았던 것 외에는 평생 한 번도 직업을 갖지 않았다. 마흔이 넘도록 그의 직업은 대학원생이었고, 지인과의 교류도, 인터뷰도 사양했다. 철저한 고독 속에서 살았다. 시오랑은 숲 속을 거닐며 사색하기 위해 사람과 만나거나 직업도 거부한 독특한 철학자이며 시인이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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