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사당국은 어제 수사에 공식 착수했다. 워싱턴 DC 경찰국 사건보고서에 따르면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인 피해 여성은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 내에서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고 진술했다. 윤 전 대변인에게 항변할 말이 있는지 의문이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인사 1호’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처음 단행한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불통인사’·‘밀봉인사’ 논란을 무릅쓰고 청와대 대변인으로 중용했다. 윤 전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시한 방미 성과를 널리 알리는 중책도 맡았다. 박 대통령의 신임과 기대에 부합하게 행동은 물론이고 말 한마디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국익과 국운이 시시각각 저울질되는 정상외교 현장에서 추문의 장본인이 된 것은 이해도, 납득도 어렵다. 상상력의 한계도 뛰어넘는다.
이번 사안은 경질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윤 전 대변인은 대통령 리더십에 큰 흠집을 내고 국가와 국민을 부끄럽게 했다. 정부는 사건 경위를 파헤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 전 대변인이 도망치듯 귀국한 과정도 규명해야 한다. 미국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 상식 이하의 불상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을 남길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예고된 참사’라며 박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판에 박힌 정파적 반응이나 보일 때가 아니다. ‘윤창중 추문’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썩어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정치권에만 국한해도 과거에 불거졌거나 슬그머니 묻힌 유사 사례가 즐비하다. 여야에 걸쳐 그렇다. 특정인의 일탈행위로만 치부한 채 정치 공방에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사회 기득권층부터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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