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거슨 감독은 8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감독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시간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도 퍼거슨 감독의 은퇴 사실을 톱 뉴스로 전했다.
이로써 박지성과 퍼거슨 감독의 사제의 인연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더이상 감독과 선수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스승과 제자의 인연마저 끊긴 것은 아니다. 박지성과 퍼거슨과 서로에게 애틋한 존재다.
소위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따로 말하고는 한다. 박지성을 낳은 감독이 거스 히딩크(67)라 할 수 있다면 기른 감독은 퍼거슨이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005년 7월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뛰던 박지성을 영입하며 깊은 인연의 끈을 맺었다. 박지성의 나이 불과 스물여섯이었다. 이후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여름까지 7년 동안 박지성을 곁에 뒀다.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박지성이 뛴다는 사실 만으로도 세계를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영입 당시 유니폼 판매용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맨유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끝까지 품었다. 팀에 헌신하며 누구보다도 많이 뛰는 박지성을 퍼거슨은 외면하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꼭 그를 기용하며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박지성은 2005년 맨유 입단 이후 7시즌 동안 4차례 리그 우승(2006~2009시즌·2010~2011시즌)과 3차례의 칼링컵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우승(2007~2008시즌)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2007~2008시즌) 우승을 각각 1차례씩 차지하며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보냈다.
이 모든 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스타 플레이어인 데이비드 베컴(PSG)도 헌신짝처럼 내버린 매정한 퍼거슨 감독이었지만 '박지성 사랑'만큼은 남달랐다.
박지성이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떠나는 것이 공식 발표 됐을 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었다. 7년 동안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불행하게도 그가 원하는 만큼의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못했다"며 미안해 했다.
이어 "나를 포함한 맨유의 모든 구성원은 박지성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 나 역시 그가 QPR에서 더 큰 성공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불행하게도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바람대로 QPR에서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마크 휴즈(50) 전 QPR 감독의 부름을 받고 큰 모험을 시도한 박지성이었지만 운이 없었다.
휴즈 전 감독은 성적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고 박지성은 팀 내에서 버려지다시피 했다. 새로 구원 투수로 등판한 해리 레드냅(66)과 박지성의 호흡은 그리 잘 맞지 않았다.
휴즈 체제에서 주장 완장을 차며 무한 신뢰를 받았던 박지성은 점차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고 급기야 주장 완장까지 반납하는 굴욕을 맛봤다.
레드냅 감독은 팀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에서도 "QPR 선수는 최악이며 미드필더진은 이름값만 높다"며 박지성을 포함한 선수에게 칼날을 돌렸다.
휴즈 감독이 팀을 떠난 아픔과 새로온 감독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박지성의 마음 속에 아로새겨졌다. 불과 1년 전까지 최고의 팀 맨유에서 최고의 감독인 퍼거슨 밑에서 받았던 사랑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던 지난 2월24일. QPR의 홈 구장인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QPR과 맨유의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기 전 퍼거슨 감독은 QRP 벤치로 걸어가 환한 표정으로 박지성에게 악수를 건냈고 박지성 역시 퍼거슨을 반겼다. 퍼거슨에게는 상대 감독에 대한 예의보다 박지성을 챙기는 마음이 더 강했다. 10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은 팬들의 가슴을 덩달아 뭉클하게 했다.
안 그래도 선수생활 은퇴와 이적을 두고 잡음에 둘러싸인 박지성이다. 퍼거슨이 먼저 은퇴를 선언하며 그의 품이 더욱 그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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