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호텔 내부가 다 보여 사생활이 없습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들어선 6성급 특급호텔인 파크하얏트가 이른바 ‘속보이는 호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월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 마린시티에 문을 연 부산지역 최고급 호텔인 파크하얏트 호텔이 개관 직후 20m 정도 떨어진 맞은편 초고층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사생활 침해 항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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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마린시티 내 현대아이파크 아파트단지의 한 입주민이 최근 ‘파크하얏트 부산’의 내부가 훤하게 다 보이는 바람에 사생활을 침해당한다며 거실에 비키니 차림의 마네킹과 플래카드를 내걸어 놓았다. |
이 때문에 수험생이나 아이를 둔 입주민들은 밤이 되면 자녀가 거실에 나와 호텔을 바라볼까 겁이 날 정도라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 이모(51·여)씨는 “밤이 되면서 호텔에 불이 켜지면 객실과 화장실이 다 보여 객실의 모습을 수험생인 딸아이가 볼까봐 거실에서 마음을 졸여야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호텔과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 등 두 건축물이 모두 외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아파트 입주민과 호텔 이용객이 모두 사생활 침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입주민 김모(50)씨는 “호텔 이용객들이 아파트를 향해 손을 흔들기까지 하는데, 내 집안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러자 일부 입주민들은 호텔이 바라보이는 거실 유리에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 현수막과 속옷 차림의 마네킹을 세워놓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아이파크 입주민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입주민 13명은 최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를 상대로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중으로 입주민 수십 명이 증거물을 준비해 추가로 같은 소송을 낼 계획이다. 입주민들은 소장에서 “아파트와 호텔을 연이어 신축한 현대산업개발이 현대아이파크를 분양할 때와 다르게 ‘파크 하얏트 부산’을 신축하는 바람에 조망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통유리 외벽인 두 건물이 20m 안팎으로 가까워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등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망권이 반영된 분양가를 돌려주거나 계약을 아예 무효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텔 측은 “일부 문제가 된 객실에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신규 이용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건축물 시행사 측과 입주민과의 협의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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