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58%가 “가치 없었던 전쟁”

17일(현지시간)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이라크전 발발 10주년을 맞아 미국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라크전은 치를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응답은 38%에 그쳤으나 ‘치를 만한 가치가 없었다’고 답변은 58%에 달했다.
언론은 이라크전으로 미국의 안보를 증진한다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라크전이 안보에 도움을 줬다는 응답자의 59%가 ‘가치 있는 전쟁’이라고 평가했지만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 응답자는 83%가 ‘가치 없는 전쟁’이라고 깎아내렸다.
국제사회의 역할에 대한 미국인 인식도 바뀌고 있다. 미국 보수를 대표하는 미국보수연합(ACU)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안보를 계속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50%는 스스로 안보를 지키도록 하고 미국은 물러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워싱턴과 뉴욕을 겨냥한 2001년 9·11테러는 한 달 뒤 아프가니스탄전에 이어 2003년 3월20일 이라크 전쟁을 불렀다.

직접적인 전쟁 피해로 숨진 이라크인 18만여명의 70%가 넘는 13만4000명이 민간인이었다. 미군도 448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증거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미국의 침공 명분도 퇴색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는 최근 “공화당은 사담 후세인이 (WMD를) 보유했다고 생각했다. 민주당도 그랬다. 빌 클린턴 정부도 그렇게 생각했고, 부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우리 모두가 잘못 알았다”고 말했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이라크전과 관련한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 10∼15년간 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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