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구걸행위 제한’도 도마에…
경찰 “상식선에서 법 집행할 것”단속은 정권 의지 따라 들쭉날쭉
일각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개그우먼 곽현화와 가수 이효리가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내용을 각각 올렸다.
과다노출로 적발됐을 때 범칙금 5만원을 물린다는 내용 등을 담은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걱정이었다. 시민들은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냐”, “이제 미니스커트 못 입느냐”며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22일부터 시행되는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문제로 꼽혀 왔던 법 규정의 추상성과 이로 인한 자의적인 법 집행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탓이다. 경찰은 상식선에서 단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려야 할 곳은 어디?’ 애매한 법 조항
지난해 3월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 단속대상은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지나치게 내놓은 것이 어느 정도인지, 가려야 할 곳은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다. 시민들이 미니스커트나 배꼽티도 단속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그 밖의 단체 또는 개인이 하는 행사나 의식을 못된 장난 등으로 방해하거나∼’,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른 사람’을 처벌하는 호객행위 조항 등에서 ‘못된 장난’, ‘떠들썩하게’의 기준 또한 애매모호하다.
이번에 신설된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정 전에는 구걸을 강요한 사람만 처벌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개정된 부분에 대한 단속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선에 하달할 것”이라며 “단속과 계도를 병행하고 법 개정에 때문에 단속이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30만건에서 5만건으로…‘고무줄 단속’
최근 5년간 경찰의 경범죄 단속 현황을 살펴보면 수치가 들쑥날쑥하다. 2007년 10만3401건이던 단속 건수는 2008년 30만7912건으로 1년 사이에 3배나 늘었다. 하지만 2009년 13만7717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만8002건에 그쳤다. 4년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준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008년 단속 건수가 많았던 이유는 당시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법 질서 확립’을 강조한 영향”이라며 “지난해 단속이 급격히 준 것은 2011년 하반기부터 성과평가에서 수치를 중시하는 정량평가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취임 전부터 법 질서를 강조했다. 경범죄 단속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진보연대 윤지혜 민주인권국장은 “경찰 통계를 보면 정권 통치에 필요할 때나 성과를 내야 할 때는 언제든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범죄처벌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경범죄처벌법 개정안과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검토한 뒤 의견을 표명하라’며 진정을 냈다. 이들은 “경범죄처벌법에서 나열하는 금지행위들은 사실상 어느 특정행위 하나하나를 규제하기보다 공공영역에 일어나는 모든 행위를 규율·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기존 법과 마찬가지로 모호한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고, 과다노출·지문채취 불응 등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돼 왔던 것들도 그대로 포함돼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법학)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적 처분으로 해결할 것과 형사 입법으로 처벌할 것을 제외하는 해체 과정을 거쳐 법을 재구성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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