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부산 꼬불꼬불 길 따라 이야기가 흐른다

입력 : 2013-03-07 18:56:16 수정 : 2013-03-07 18:56:16

인쇄 메일 url 공유 - +

市, 부산역 맞은 편에 ‘이바구 길’
부산 첫 교회·병원·물류창고 경유
장기려·유치환 선생 흔적 오롯이
서민 애환 담은 ‘공작소’도 문 열어
산이 많은 부산의 특성 때문에 꼬불꼬불하게 형성된 산복도로에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 길’이 열렸다. 부산시는 도시 서민의 이야기를 모아 콘텐츠화하는 생활자료관(아카이브) ‘이바구 공작소’와 ‘이바구 길을 개통했다고 7일 밝혔다.

부산역 건너편인 부산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에 위치한 이바구공작소는 지상 2층, 연면적 265㎡ 규모로, 지난 9월 착공 이후 6개월 만에 완공됐다.

이바구 공작소가 위치한 산복도로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몰려든 피란민이 산을 중심으로 터전을 마련한 곳으로 부산 외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다. 경사가 심한 산복도로 특성상 서민의 공간은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개인의 삶과 애환도 서로 겹친다.

부산시는 한국전쟁 이후 부산의 역사적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서민들의 삶을 이야기로 정리해 보관하기 위해 이바구공작소를 개설했다. 이곳에는 상주하는 전문 상담사가 면담과 서면 등을 통해 서민의 이야기를 채집해 개인별, 사건별, 지역별로 분류해 보관한다. 면담 과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진, 서류 등 귀중한 자료도 확보할 계획이다. 시는 또 서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영화, 드라마, 소설, 노래, 시 등의 소재가 되도록 스토리를 재구성해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길이 1.1㎞인 이바구 길은 부산역 건너편에 있는 부산 최초의 물류창고인 남선창고 터에서 출발,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옛 백제병원을 지나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있는 이바구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걷다 보면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이자 임시수도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예배를 드렸던 초량교회가 나타나고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168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이바구공작소가 눈에 들어온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맞은편에 설치된 1.1㎞ 길이의 ‘이바구 길’ 구간 중 ‘골목길 갤러리’ 코너에 설치된 그림을 동네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동구청 제공
이 뒤편으로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1911∼1995) 박사를 기리는 ‘더 나눔 기념관’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부산 동구 관내 경남여고에서 교장을 두 번 지낸 유치환(1908∼1967) 선생의 우체통이 나온다. 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이바구 길 끝머리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나 마을카페에서 부산항 야경을 즐기며 유 시인이 즐겨 보낸 편지와 시의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다.

정영석 동구청장은 “이바구 길은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는 근대사의 축소판인데, 이번 개통을 계기로 국내외 관광객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