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앨범 ‘블레스트’ 발표

지난 1일 서울 신촌 홍익대 앞 에반스라운지에서 쇼케이스를 연 클래지콰이(클래지·알렉스·호란)의 디제이 클래지(39·본명 김성훈)는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2004년 1집 앨범 ‘인스턴트 피그(Instant Pig)’로 전자음악의 세련미를 대중에 알린 클래지콰이가 최근 5집 ‘블레스트(Blessed)’를 발표했다. 클래지콰이는 디제이 클래지의 설명대로 하우스·라운지 음악을 토대로 ‘살랑거리는 봄’ 같은 느낌의 부드러운 음악을 선보여왔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에 삽입된 이들의 전자음악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우스·라운지의 토대인 전자음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유영석·윤상·신해철 등 국내 일부 음악인들이 시도했다. 그러나 주류 장르로 치고 올라온 건 90년대 후반 이정현·스페이스에이 등이 선보였던 테크노가 유행하면서였다.
주류에서는 신나게 몸을 흔드는 테크노가 한 시기를 풍미했고,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루시드폴·달파란·전자양·클래지콰이 등이 순수 전자음으로 만든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클래지콰이는 2004년 데뷔했지만 이미 90년대 후반 하이텔·천리안 등 PC통신 세계에서 마니아를 구축했다.
테크노에 이어 전자음악이 수면으로 떠오른 건 2000년대 초중반 시부야(일본의 홍대로 불리는 지역) 계열의 하우스 음악이 국내에 상륙하면서였다. 프리템포·다이시 댄스 등 일본 하우스 디제이의 사랑스러운 전자음악은 옷가게·뷰티숍·음반 매장 등 길거리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 인스턴트 로맨틱 플로어 등 시부야계 느낌의 국내 밴드의 음악도 이러한 흐름에 불을 댕겼다.
2004년부터 대중에 선보인 클래지콰이 음악은 따뜻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부야계와 닮았지만 여성적 감성이 강한 시부야보다는 유럽 감성에 가까웠다.
이렇게 떠오른 전자음악은 아이돌 시장과 만나며 세계를 종횡하는 K-팝의 근간을 이뤘다. 단, 아이돌 음악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팝(pop)을 접목한 ‘일렉팝’(일렉트로 팝)의 성격을 띠었다. 전자음으로 만든 댄스 비트에 대중적인 멜로디를 입힌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정착해 나름 변화를 겪은 전자음악은 이제 멜로디는 사라지고 어둡고 강렬한 비트가 강조된 ‘일렉트로 하우스’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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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집 ‘인스턴트 피그’로 전자음악의 세련미를 대중에 알린 클래지콰이가 5집 ‘블레스트’를 내고 가요계에 돌아왔다. |
이런 상황에서 클래지콰이가 낸 5집 ‘블레스트’는 기존 클래지콰이 스타일에 어쿠스틱·라틴·록 사운드를 가미했다. 큰 변화는 없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하우스·라운지 음악에 변화구를 던진 셈이다.
멤버인 알렉스는 “이번 앨범은 저희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클래지콰이 스타일의 하우스 음악”이라며 “4월 중순부터 공연을 시작해 여름 음악 페스티벌과 해외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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