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부터 25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유안진(72·서울대 명예교수·사진) 시인의 말이다. “너무 제 잘난 맛에 살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매정하다”는 비난을 듣는 서울대 출신들을 겨냥한 따끔한 일침으로 들렸다.
시인이 최근 펴낸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문예중앙)는 본인 표현에 따르면 우리 사회 ‘찌질이’들이 받는 상처를 위로하기 위한 책이다. “인생에서 기회는 계속 옵니다. 처음에 반짝한 아이들은 오래 못 가요.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는 ‘찌질이’들이 오히려 더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요. 이번 책을 관통하는 주제의식도 그래서 ‘허둥지둥 살지 말자’와 ‘좀 어리석게 살자’입니다.”
시인은 성공 대신 ‘실패’를, 열정 대신 ‘포기’를 주문한다. 남들이 ‘바보’ ‘숙맥’이라고 비웃을지언정 자기 스타일대로 살라고 조언한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 메달을 향한 열정보다도 메달을 포기할 줄도 알고, 어떤 때 어떤 일에 그래야 하는지를 가릴 줄 아는 분별력과 자유로운 정신과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진정한 용기일수록 어리석다. 세상에 바보가 될 줄 아는 용기야말로 참된 열정이라고, 위대한 성공보다 더 빛난다고.” 책에는 널리 애송되는 시인의 대표 시가 여럿 실렸다. 화가 겸 사진작가 김수강씨가 촬영한 작품이 곳곳에 삽입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인은 2012년 예술가로서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뽑혔다. 문단에선 제법 ‘원로’ 대접을 받지만 예술원 문학 분과에선 회원 25명 중 서열이 끝에서 두 번째인 ‘막내’다. 시인은 “예술원 모임에 참석했더니 선배들이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키더라”며 해맑게 웃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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