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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라킨 지음/김정환 옮김/문학동네/1만3000원 |
조지 오웰, T.S. 엘리엇, 조앤 롤링…. ‘영국을 빛낸 작가’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름이다. 이제 명단에 시인 필립 라킨(1922∼1985·사진)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2008년 영국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의 가장 위대한 전후 작가’에서 조지 오웰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라킨은 유독 한국에서만 ‘무명’에 가까운 시인이다. 문학동네는 ‘세계시인전집’ 시리즈 두 번째 시인으로 과감히 라킨을 택했다.
책은 ‘북쪽으로 가는 배’ ‘덜 속은 사람들’ ‘성령강림절 결혼식들’ ‘높은 창문들’ 등 라킨이 일생 동안 펴낸 4권의 시집을 한데 묶었다. 사실 라킨의 시는 쉽지 않다. 시 2편은 너무 난해해 평론가조차 평가를 포기했을 정도다. 그래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라킨을 “사랑의 좌절과 죽음을 매끄러운 문체와 소설가의 디테일로 표현한 위대한 시인”이라 평했다.
많은 걸출한 시인처럼 라킨도 개인사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에 실패해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21세 때 시작한 도서관 사서는 그의 평생 직업이 됐다. 타계 1년 전인 1984년 영국 왕실이 그에게 가장 명예로운 시인을 뜻하는 ‘계관(桂冠)시인’ 호칭 부여를 제안했으나 차갑게 거절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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