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버블세븐’에서 최근 ‘깡통세븐’ 지역으로 전락한 용인 아파트 값의 하락세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현재 용인지역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60만원으로 금천구의 977만원보다 낮았다. 금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평균 매매값이 가장 낮은 곳이다. 평균 매매가 1위인 강남구(2874만원)는 물론 서울 평균(1650만원)의 60%선에도 못 미친다.
작년 1월까지만 해도 용인의 평균 매매가는 1007만원으로 금천구의 1003만원보다 다소 높았다. 그러나 8월 용인의 아파트값이 3.3㎡당 997만원을 기록하며, 1000만원 이하로 떨어져 금천구에 역전 당한 뒤 이를 뒤집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집값 하락률도 용인은 4.7%로 금천구의 2.5%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용인은 2005~2006년 연이어 30%를 넘나드는 집값 상승률을 기록하며 버블세븐에 포함됐다. 2006년 3월 3.3㎡당 아파트값이 1000만원을 넘어선 용인은 1년만인 2007년 3월 1243만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8월 평균 매매값이 6년여만에 1000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결국 금천구보다도 집값이 싼 지역이 됐다.
전문가들은 용인의 이 같은 집값 추락은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요가 사라진 중대형 아파트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용인지역 중대형 아파트 비중은 40%를 넘는다. 여기에 인근 광교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분양이 작년부터 본격화 돼 신규 아파트 수요까지 옮겨가면서 하락폭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한때 판교 분양 열풍의 영향으로 강남 사람들이 용인 집값을 올렸지만 그 때 늘어난 중대형 아파트가 결국 독이 됐다”며 “금천구는 구로·가산디지털단지 등 실수요 기반이 탄탄해 앞으로 용인이 서울 집값을 넘어서는 날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3년간 용인에서 분양된 대단지 아파트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기존 중대형 단지의 가치도 덩달아 급락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이곳 중대형 단지의 3.3㎡당 시세가 80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이는 입주 당시 가격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출을 잔뜩 받아 입주한 가구를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 중대형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각종 부동산 규제로 거래심리가 가라앉은 것도 용인이 하우스푸어들의 도시로 낙인 찍힌 것도 모두 정부 탓”이라며 “각종 부동산 규제가 몽땅 사라져도 용인지역 주택경기가 회복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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