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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웃음의 하모니 빛난 …'7번방의 선물'

입력 : 2013-01-18 01:29:52 수정 : 2013-01-18 01: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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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웃음의 하모니 빛난
한국판 ‘아이엠 샘’
관객을 웃기면서 울리기란 어렵다. 특히 한국영화에서 코미디와 감동의 결합은 자주 ‘전형성’이라는 함정에 빠진다. 최악의 경우 안일한 이야기와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에 ‘신파’ 공식이 결합하면 냉소적인 반응만 얻는다. 24일 개봉하는 ‘7번방의 선물’은 두 감정 사이의 줄타기를 세련되고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다소 동화 같은 설정에 사랑·순수함 등을 결합시켜 착하고 따뜻한 영화를 완성시켰다.

1961년생 용구는 6세 아이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이다. 똑부러지는 외동딸 예승이와 사는 한부모가족이다. 63만원의 적은 월급으로 적금 17만원에 월세·건강보험료까지 내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둘은 마냥 행복하다. 사건은 이 부녀가 간절히 사고 싶어 하는 세일러문가방에서 시작된다. 용구는 가방 파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여자아이를 따라가다가 아동 성폭행 살인범으로 몰린다. 용구는 결백했지만 하필 여자아이가 경찰청장의 딸이었다.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고 용구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7번방의 선물’은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은 지적장애인 용구와 그의 딸 예승이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 낸다.
그는 교도소 7번방에 수감된다. 순수한 용구는 5명의 감방 동료에게 집단폭행을 당해도 예승이만 그리워한다. 용구의 진정성은 서서히 다른 동료에게 전해진다. 우직하고 바른 용구에게 신세를 진 7번방 식구들은 빚을 갚기 위해 예승이를 방에 데려오기로 작전을 꾸민다. 용구 역할은 류승룡이 연기했다. 수시로 움직이는 눈빛과 아래로 늘어뜨린 턱, 반 박자씩 늦게 말하며 말끝을 내리는 독특한 어투로 용구를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최종병기 활’의 카리스마 넘치는 만주족,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지적인 허균이 맞나 싶을 정도다. 류승룡은 “장애인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고정관념을 깨 주고 싶었다”며 “바보 연기보다는 용구가 동심을 유지한 어른이라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예승이를 연기한 갈소원양도 깜찍하다. 예승이의 사랑스러움 덕분에 험악한 7번방 수감자들이 삼촌을 자처하는 설정이 무리 없이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코미디에는 배우들의 능숙한 어울림이 한몫했다. 류승룡과 7번방 방장인 오달수를 비롯해 박원상·김정태·정만식·김기천은 탁구를 치듯 리듬감 있게 대사를 주고 받으며 웃음을 유발한다. 

‘7번방…’은 ‘각설탕’ ‘챔프’를 만든 이환경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특권과 수직질서에 좌우되는 사법 현실과 사형제의 문제점을 보여주지만 사회 비판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착하고 순수한’ 용구가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고 딸과도 생이별하는 눈물 빼는 설정에 집중한다. 작품 전체의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위해 교도소 방부터 다소 현실과 어긋난다. 노란 벽에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메시지를 위한 다소 판타지 같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사실성을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연출 의도를 감안하고 보는 게 좋다.

이환경 감독은 “이 세상에 있는 많은 아버지와 딸이 서로 교감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며 “영화를 본 후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 내 딸’ 이런 얘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번방…’은 감정에 도취되는 대신 적절히 억제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다만 마지막에 이르면 한국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울음장면’이 잠시 등장한다. 제작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감정 과잉이 되지 않으려 했는데 이 장면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며 “한 번쯤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블라인드 시사회에서도 관객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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