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이엠 샘’
1961년생 용구는 6세 아이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이다. 똑부러지는 외동딸 예승이와 사는 한부모가족이다. 63만원의 적은 월급으로 적금 17만원에 월세·건강보험료까지 내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둘은 마냥 행복하다. 사건은 이 부녀가 간절히 사고 싶어 하는 세일러문가방에서 시작된다. 용구는 가방 파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여자아이를 따라가다가 아동 성폭행 살인범으로 몰린다. 용구는 결백했지만 하필 여자아이가 경찰청장의 딸이었다.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고 용구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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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방의 선물’은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은 지적장애인 용구와 그의 딸 예승이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 낸다. |
‘7번방…’은 ‘각설탕’ ‘챔프’를 만든 이환경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특권과 수직질서에 좌우되는 사법 현실과 사형제의 문제점을 보여주지만 사회 비판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착하고 순수한’ 용구가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고 딸과도 생이별하는 눈물 빼는 설정에 집중한다. 작품 전체의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위해 교도소 방부터 다소 현실과 어긋난다. 노란 벽에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메시지를 위한 다소 판타지 같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사실성을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연출 의도를 감안하고 보는 게 좋다.
이환경 감독은 “이 세상에 있는 많은 아버지와 딸이 서로 교감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며 “영화를 본 후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 내 딸’ 이런 얘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번방…’은 감정에 도취되는 대신 적절히 억제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다만 마지막에 이르면 한국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울음장면’이 잠시 등장한다. 제작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감정 과잉이 되지 않으려 했는데 이 장면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며 “한 번쯤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블라인드 시사회에서도 관객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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