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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만항재·바람의 언덕…순백의 기상 물결친다

입력 : 2013-01-18 00:19:17 수정 : 2013-01-18 00: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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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싸인 태백산맥 장엄한 능선 앞에 서서
그새 무뎌진 새해 새 다짐 다시한번 새겨보니…
강원도 태백시는 우리나라 도시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태백산(1567m)·함백산(1573m)을 위시해 1100m가 넘는 예닐곱 개 산들에 둘러싸인 이곳은 평균 해발고도가 700m를 넘는다. 시청 건물이 들어선 곳은 해발 750m. 그래서 ‘고원도시’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린다. 겨울에는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린다. 특히 태백은 1월 말에서 2월 초에 강설량이 가장 많다. 태백의 대표 축제인 눈축제도 이달 말부터 열린다.

태백의 겨울여행 명소로는 우선 태백산을 들 수 있다. 태백산 정상을 수놓은 화려한 눈꽃과 주목은 국내 대표적인 설경 중 하나다. 태백산 산행이 시작되는 유일사와 당골은 겨울이면 이 눈꽃을 쫓아 산행에 나서는 등산객들로 새벽부터 북적댄다.

자동차를 타고 만항재에 오르다 보면 사방으로 주변 산들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 도로가 놓인 가장 높은 고개, 만항재


어느 정도 산행 경험이 있고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할 수 있는 태백산 새벽 눈꽃 산행 이외에도 태백에는 겨울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여럿이다. 방학을 맞은 어린 자녀, 등산이라면 기겁을 하는 주부 등 온 가족이 함께 자동차로 1300m가 넘는 겨울 산에 가볍게 오를 수 있다. 태백 자체가 워낙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태백에서 켜켜이 쌓인 순백의 설산이 빚어내는 겨울 정취를 즐기기 좋은 곳은 함백산 자락의 만행재다. 태백시 혈동,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면이 맞닿은 지점의 만항재는 해발고도가 무려 1330m에 달한다.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높다. 주변의 산이 워낙 높다 보니 고갯길이 웬만한 산의 정상보다 위에 있는 것이다. 만항재는 원래 야생화 명소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야생화가 가득한 산자락은 ‘천상의 화원’으로 불린다. 그러나 겨울 매력도 그에 못지않다. 

만항재에서 태백시 황동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산길. 작은 점처럼 보이는 승용차가 눈길을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태백산 산행이 칼바람과 싸우며 반나절 이상 땀을 내야 한다면, 만항재로 가는 길은 편안하다. 차를 타고 가뿐하게 이곳에 오르다 보면, 사방으로 시야가 툭 터지는 장쾌한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남쪽으로는 태백산의 장엄한 능선이 마치 물결처럼 흐르고, 그 아래 분지에는 태백 시내의 건물들이 장난감처럼 박혀 있다. 동쪽으로는 육중한 함백산과 그 너머 매봉산 정상에 놓인 풍력발전기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만항재 정상에는 낙엽송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고, 그 나무들 밑에는 어른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여 있다. 이 숲 속을 걸으면 겨울여행의 정취는 절정에 달한다. 

태백에서 만항재로 올라가는 길에서 바라본 매봉산의 풍력발전단지.
#설원으로 변한 배추밭, 바람의 언덕


매봉산 정상(1303m) 자락의 ‘바람의 언덕’도 깔끔한 겨울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만항재에서 멀리 동쪽으로 보이는 풍력발전단지가 서 있는 곳이 매봉산이다. 몇 년 전만 해도 8기이던 풍력발전기는 어느새 17기로 늘었다. 매봉산으로 오르려면 태백 시내를 지나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까지 가야 한다. 이곳에 떨어진 빗방울이 세 갈래로 나뉘어 한강·낙동강·오십천으로 흘러간다는 삼수령의 맞은편 산길로 올라가면 매봉산이다. 이곳은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 그대로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워낙 거세 풍력발전의 적지로 꼽힌다.

만항재에 빼곡히 들어선 낙엽송. 아래는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다.
매봉산 정상 일대는 면적이 132만㎡(40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단지다. 한여름 온통 푸른 배추밭으로 가득 찬 산 경사면은 무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한 풍광으로 유명하다. 

겨울 맑은 날 이른 아침에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서늘한 풍경을 빚어낸다.
배추 농사를 짓고 풍력발전기가 있다 보니 이곳도 정상까지 찻길이 잘 닦여 있다. 겨울철 매봉산 정상의 배추밭은 순백의 설원으로 변해 있다. 첫날 저녁에 찾았을 때는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토록 매섭더니,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는 한결 바람이 잦아들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눈앞에는 파란색과 흰색, 두 가지 색만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하얀 눈밭과 풍력발전기가 빚어내는 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깨끗하다.

태백=글·사진 박창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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